현대에 들어오면서 성의 개념이 크게 변하고 있다. 그동안 성행위의 가장 큰 목적은 자손번식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피임의 발달로 이런 전통적인 성개념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불임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성행위를 거치지 않고도 자손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제 성은 인간과 인간의 교류를 통해 즐거움을 추구하는 일종의 오락이며, 자손을 얻기 위한 의무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된 것이다.즐거움의 추구는 어디까지나 정신적 여유에서 나온다. 사람들은 가을이 오면 로맨틱해진다고 한다. 낭만주의가 풍미하던 19세기의 결혼에 대해 분석한 논문을 보면 「남성은 법률에 의해 통치하지만 아내는 설득에 의해 통치한다. …그녀의 명령은 애무이며 그녀의 위협은 눈물이다」라고 표현돼 있다. 낭만적 사랑에 대해 여성의 정신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남성의 음모로 보는 극단적 견해도 있지만, 여전히 낭만적 사랑은 여성화한 사랑으로 간주된다.
여성의 성적 즐거움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삽입이나 사정을 목표로 하는 남성 위주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전희의 과정을 즐기라고 강조하고 싶다. 여성의 오르가슴은 남성과는 달리 삽입과 무관하며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또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시간이 남성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그러면 어떻게 전희의 과정을 밟을 것인가. 먼저 촉각을 예민하게 세우고 두 사람이 맨살을 접촉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서두름없이 진행하되 부드러운 속삭임이 수반돼야 한다. 말이야말로 최고의 전희라고도 할 수 있다.
단순한 피부의 접촉을 성적 흥분으로 받아들이려면 그 사람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성은 90%가 대뇌의 작용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성에게 심인성 발기부전이 있거나 여성이 성흥분장애로 질건조증과 성교통으로 고생하는 경우엔 특히 전희 자체를 즐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애산부인과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