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가 21일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던진 메시지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중선거구제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또 하나는 자민련의 보수 색깔을 부각시키는 등 곳곳에 공동여당 합당 반대의 뜻을 잔잔하게 담았다는 것이다. 7월초의 대표연설 때는 정부·여당의 실정(失政)에 대한 자성과 비판에 주력해 눈길을 끌었으나 이번 연설에선 여권을 겨냥한 발언은 그리 많지 않았다.박총재는 『좁은 지역에서 한 사람만을 뽑는 선거는 어떤 불법과 금력을 동원해서라도 우선 당선돼 놓고 보자는 절박감을 후보자에게 심어줬다』며 소선거구제 폐해를 조목조목 짚은 뒤 한 선거구에서 3명 가량 뽑는 중선거구제 도입을 호소했다. 대화정치 실종과 사생결단식 극한대결, 흑백논리와 중상모략이 판치는 각종 발언과 성명, 지역감정을 촉발해서라도 특정지역의 당선자를 독점하겠다는 정략적 발상 등도 모두 소선거구제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박총재는 중선거구제가 도입될 경우 굳이 단일여당 체제로 갈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계산도 하는 것 같다.
박총재는 또 자민련의 보수 정체성을 강조하는 언급을 여러차례 했다. 안보·통일문제를 가장 먼저 꺼냈으며 『자민련은 안보정당』이라고 강조했다. 계약직 공무원제도 및 교육개혁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은 보수층을 겨냥한 발언이다. 「보수세력의 대변자」「공동정부의 한 축」등의 표현은 자민련의 독자노선을 강조한 것이다. 한 당직자는 『연설문에 「우리 자민련」「저희 자민련」등의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자민련 간판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연설문의 골격은 환경장관을 지낸 최재욱(崔在旭)총재특보가 잡았는데 막판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소선거구제 고수론을 의식, 중선거구제 주장을 더 보강했다는 후문이다. 박총재의 중선거구제론에 대해 자민련의 충청권의원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이라며 김을 빼려는 분위기였으나 영남권의원들은 『정치개혁을 위한 간절한 호소였다』고 평가했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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