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의 전횡이 이런 정도인가. 주가조작이나 탈세등 재벌구조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한 재벌기업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강제 퇴직당한 한 임원이 편지의 형태로 폭로한 내용이 충격적이다.총수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사실도 놀라운 일이지만 『회장 사모님이 운영하는 갤러리 때문에 매주 지방에 내려가야 하는 바람에 사생활이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 그는 7% 미만의 지분을 가진 회장이 이렇게 횡포를 부릴 수 있느냐고 물었다. 상상을 넘어서는 이런 행태는 재벌 총수의 「황제 경영」실체를 보여준 것이라 할 만 하다.
IMF체제 진입후 구조조정은 「유행어」가 됐다. 구조조정은 비능률적인 요소들을 제거,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과잉 인력이 퇴출되거나 임금을 포함해 각종 경비가 대폭 삭감될 수 있고, 조직이 슬림화하기도 한다.
IMF체제에서 많은 봉급생활자들이 실직이나 감봉을 당하면서도 이를 묵묵히 받아들인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총수나 최고 경영자의 솔선수범과 도덕성, 투명경영을 전제로 한다. 『임원 재직시에는 총수의 말 한마디에 상여금이 없어져 대리 수준의 봉급을 받고 혹사 당했는데 마지막 순간에는 총수의 말 한마디에 퇴직금도 못받고 쫓겨났다』 『총수는 시도 때도 없이 손주보러 해외에 나가면서 임원들은 해외에 나갈 때마다 심사를 받아야 했다』는 등의 모습은 그야말로 「정상적인 경영」은 전혀 아니다.
IMF체제는 결국 종업원들의 희생위에 총수의 힘을 더욱 세게 만들어 버렸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모든 재벌 총수들이 이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뼈 깎는 노력을 하는 총수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아직도 이 편지가 지적하고 있는 재벌 총수의 횡포가 일부에서는 계속되고 있고, 임직원들은 이를 받아들 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IMF체제 진입후 특히 많이 거론되어 온 재벌 문제의 핵심은 소유·지배구조다. 단지 한자릿수의 지분을 가진 총수가 모든 계열사를 소유·지배하고 있는 것이 재벌의 현실이다.
따라서 이를 바꾸는 것이 재벌 개혁의 핵심이기도 하다. 한 퇴직 임원의 편지는 이같은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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