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정국 대처능력이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의 도·감청 문제에 대한 여권 대응이 대표적인 경우다. 무엇보다 정기국회 회기중에 야당총무를 고소한 것 자체가 정치력의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도 흘러 나오고 있다. 국민회의 김근태(金槿泰)부총재는 이와관련, 21일 『국민의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권력기관에 대한 국민의 피해의식이나 불안감이 당연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국가정보원 등은 고압적인 자세보다는 진지하고 성실하게 국민과 야당에 다가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부총재는 그러나 야당의 국익에 대한 「균형감각 상실」과 「선정주의적 접근방식」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도·감청 문제가 제기된 초기 단계에서부터 여권은 방향감을 잃고 있었다는 비판도 있다. 무조건 『믿어 달라』는 식의 자세로 일관했을 뿐만 아니라 「합법적」감청 건수에 대한 각 부처의 통계자료마저 모두 달라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의 대처도 허점 투성이였다. 국회 정보위원회에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제공, 이해를 구하기 보다는 처음엔 『별도의 감청시설이 없다』고 주장했을 정도로 폐쇄적이었다. 이후 감청기능을 가진 통신시설이 있다는 선으로 물러서기는 했으나 여전히 「사후 약방문」식으로 대응, 결국 고소정국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또 폭로내용 출처에 대한 정확한 확인도 없이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를 「공무상 기밀누설」혐의 등으로 고소한 것도 미숙했다는 지적이다.
도·감청 문제 등에서 또다시 확인된 여야의 끈질긴 대립은 상호간의 「불신」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을 여권도 인정하고 있다.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당 대표연설을 하게 돼 있는 국민회의 장을병(張乙炳)부총재는 『한나라당은 현 정부출범 이후 한번도 국정의 동반자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오로지 여당을 적대시하는 데만 골몰했다』고 아쉬워 했다. 장부총재는 그러나 『불신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포용력 있는 정치적 주도권을 확립하지 못한 여당도 1차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솔직히 말했다. 여당으로서의 포용력과 인내심의 부족을 지적하는 견해와 함께 여야간 막후 대화의 결핍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많다. 국민회의 설훈(薛勳)의원은 『과거에는 정무장관이 여야를 넘나들며 야당의 「애로」와 「민원」도 해결해 주면서 대화와 타협의 분위기를 조성했다』면서 『현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러한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며 정무장관직의 부활을 제의하기도
했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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