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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비대통령] '인스턴트대통령' 517일 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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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비대통령] '인스턴트대통령' 517일 재임

입력
1999.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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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어가 있는 물속에 내던져졌다. 살기 위해서는 열심히 헤엄치는 수밖에…』20일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해 평화적 정권교체의 물꼬를 튼 B.J. 하비비(62) 전대통령은 평소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민주화 시위에 밀려 지난해 5월 전격 하야한 수하르토 전대통령의 자리를 이어받은 그는 군부와 야당, 그리고 재계 등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했다.

때문에 그는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 온 국민협의회(MPR) 위원수를 40여명 감축하고 대선 조기 실시 결정 등 일부 민주화 조치들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수하르토 부정축재 사건 수사 종결과 동티모르 사태의 미숙한 처리 때문에 비난을 받는 등 그의 재임 517일은 수난의 연속이었다.

대통령 재선을 목표로 삼았던 그가 정치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사건은 동티모르 사태. 「동티모르 독립」 찬반 투표후 친 인도네시아계 민병대의 폭력으로 다국적군 파병을 자초, 군부 등의 반발을 샀다. 집권 골카르당 대선후보로 지명된 그는 17일 전국에 TV로 생중계된 의회연설에서 그동안의 실정을 용서해 달라고 호소해야 했다. 하지만 MPR은 그를 불신임했다.

20일 새벽 4시 하비비는 회교 사원을 찾았다. 그리고 숙고 끝에 그는 「짐」을 벗기로 했다. 후보사퇴였다. 스탠리 로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쓰라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싸우지 않겠다는 결심을 존중해야 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요 외신들도 그의 과도기적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촌 마을 술라웨시섬의 엄격한 이슬람교도 가정에서 태어난 하비비는 반둥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정부 장학생으로 독일로 유학해 60년 아헨대학에서 공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과학 기술을 통한 경제발전 정책을 추구하는 수하르토 대통령의 눈에 든 하비비는 78년부터 20년간 과학기술부 장관직을 역임하며 인도네시아의 과학기술 정책을 관장해 왔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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