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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한국발레의 자존심 화려한 가을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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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한국발레의 자존심 화려한 가을무대

입력
1999.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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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가을의 한국 발레는 어느 해보다 화려하다. 국내 발레 사상 최대 제작비(8억원)가 들어간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어」와 국립발레단 최고의 성공작으로 꼽히는 「돈키호테」가 일주일 간격으로 나란히 무대에 올려지기 때문이다. 두 공연은 90년대 들어 놀랍게 성장한 한국 발레의 자존심을 당당하게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두 작품은 안무(마리우스 프티파)와 음악(루드비히 밍쿠스)이 같은 사람의 것이면서 성격이 크게 달라 비교 감상의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어'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어」(11월3-5일 오후 7시30분, 6·7일 오후 4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는 한국 발레 사상 가장 고급스런 무대가 될 것이다. 이 발레단의 창단 15주년과 올 여름 유럽 순회공연의 성공을 기념하는 대작이다. 예술감독 올레그 비노그라도프는 『이 작품은 발레의 고전 중에서도 최고봉에 해당되는 수준 높은 발레』라며 『워낙 대규모이고 고난도이기 때문에 세계 유명 발레단도 올리기 쉽지 않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라 바야데어」는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젊은 무사 솔라와 힌두 사원의 무희 니키아의 사랑을 다룬 환상적인 작품이다. 사랑, 배신, 죽음, 용서로 이어지는 비극적 줄거리를 갖고 있다.

무대는 화려함의 극치이다. 세계 어느 발레단의 무대보다 화려할 것이라고 발레단측은 장담한다. 호사스런 왕궁과 신비스런 사원, 찬란한 의상 등 눈길을 잡아끄는 볼거리가 즐비하다. 정교한 전자장치로 움직이는 거대한 코끼리가 나오는가 하면 2막에서는 한꺼번에 100여명이 무대에 등장한다. 특히 3막 「망령들의 춤」은 안무가의 천재적 솜씨가 발휘된 최고의 명장면이다.

이번 공연은 1877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됐던 키로프발레단의 원본에 충실하다. 고친 데가 거의 없다. 그게 가장 완벽하기 때문에 손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주역으로는 문훈숙 박재홍 전은선 박선희 황재원 권혁구와 특별초청된 에이드리언 칸테르나(98년 미국 잭슨 발레콩쿠르의 금상), 드라고스 미할차(99년 룩셈부르크 국제발레 콩쿠르의 동상)가 번갈아 출연한다. 관현악 반주는 장윤성 지휘 프라임필이 맡았다. 5,000-7만원. (02)2204-1041

■ 국립발레단 '돈키호테'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26-29일 오후 7시30분, 30·31일 오후 4·7시30분 국립극장대극장)는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유쾌한 발레다. 세르반테스의 원작은 좌충우돌형 몽상가 돈키호테의 모험담이지만 발레는 선술집 딸 키트리와 이발사 바질의 결혼 소동이 기둥 줄거리이고 돈키호테는 구경꾼이다.

인도풍 발레 「라 바야데어」와 달리 이 작품은 스페인 춤의 매력이 물씬 풍긴다. 빨간 망토를 휘날리는 투우사들의 행진, 탬버린과 캐스터네츠를 든 스페인 여인들의 유혹, 볼레로·판당고·세기디야 등 갖가지 스페인 민속춤이 나온다.

국립발레단의 91년 「돈키호테」는 『국립발레단 최대의 성공작이자 발레 사상 이정표적인 공연』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때 주역은 최태지·문병남이었다. 이번에는 김주원-이원국, 김지영-김용걸, 김은정-김창기 팀이 번갈아 출연한다. 국립발레단이 자랑하는 스타들이다. 관현악 반주는 최승한 지휘 코리안심포니. 5,000-3만원. (02)2274-3507

오미환기자

mhoh@hk.co.kr

■'돈키호테' 주역 이원국

「돈키호테」 연습이 한창인 국립발레단 연습실의 18일 오후. 3막 그랑 파드되(길고 화려한 2인무)에서 주인공 바질 역의 이원국(33)이 춤추기 시작하자 단원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탄성과 박수가 터진다.

그는 관객 뿐 아니라 무용수를 감탄시키는 무용수다. 무대에서 주테 앙트르(점프해서 다리를 쭉 편 채 무대를 한 바퀴 도는 것)를 할 때 그가 그리는 공중의 선은 누구보다 길고 아름다워 오랫동안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내면의 감정을 절실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같은 춤이라도 그가 추면 남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기량과 표현력에서 그는 지금 절정이다. 자신과 치열하게 싸우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 철저한 프로정신, 무대에서 보여주는 완벽함은 「발레리노(남자 무용수)의 교과서」로 불릴 만하다. 연습하다 잠시 쉴 때 남들처럼 이야기를 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일도 거의 없다. 언제나 거울이나 유리창에 자신의 몸을 비추며 기본동작을 연습한다. 발목의 힘을 기르려고 한동안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찬 채 잔 적도 있다.

『무대에 오를 때면 늘 긴장이 됩니다. 예전엔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웠지만 지금은 마치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마음이 설렙니다. 선물을 받는 기분? 그런 감정이지요』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은 그를 『한마디로 노력하는 무용수』라고 말한다. 『남을 의식하거나 스타 의식에 빠지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해 1초 1초를 소중히 하는 모습이 어떨 때는 안타까울 정도』라고 전한다.

부산 태생인 그는 늦어도 한참 늦은 고3 때 발레를 시작했다. TV에서 발레를 보던 어머니가 『너라면 잘 할 것 같다』며 권유한 게 계기였다. 처음엔 사내답지 못하게 무슨 발레냐고 생각했는데 학원에 나가 배우면서 빠져들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유니버설발레단을 거쳐 3년 전 국립발레단에 왔다.

『처음 발레를 시작했을 때 국립발레단은 제 꿈이었습니다. 언제쯤 나도 거기서 연습할 수 있을까 하고 늘 꿈을 꿨지요. 그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양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 마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런 게 없으면 숨을 못쉴 것 같아요』

주역을 세 팀으로 구성한 이번 「돈키호테」에서 그는 김주원과 짝을 이뤄 27일 저녁(7시30분)과 30·31일 낮(4시) 공연에 출연한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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