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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김영원 초대전-생명의 탄생과 죽음 조각으로 되짚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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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김영원 초대전-생명의 탄생과 죽음 조각으로 되짚어

입력
1999.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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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한 선율에 가끔씩 울리는 죽비 소리가 관객들의 잡념을 떨쳐버린다. 밀려오는 고요함에 관객들이 조금씩 긴장하기 시작할 즈음, 퍼포머 김영원(홍익대 조소과 교수)씨가 이리저리 팔다리를 움직이며 사뿐사뿐 전시장 중앙에 마련된 「기둥」으로 다가간다. 아직 굳지않은 원통형의 석고 기둥이다. 하얀 한복과 흰 기둥. 명상을 통해 얻은 기를 모아, 그는 자신의 내면 세계를 기둥에 전사시켜 나간다. 부드러운 원기둥을 돌아가면서 손가락으로 남기는 움직임의 흔적….18일 오후 5시 금호미술관에서 펼쳐진 김영원 초대전(11월 14일까지) 개막일 퍼포먼스는 관객들에게 이번 전시회의 제목 「살아있는 조각」의 의미를 체험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작가 스스로 「조각 선(彫刻 禪)」이라고 명명한 조각품들은 퍼포먼스에 등장한 원통형 기둥 외에도 전시장 3개층을 꽉 메우고 있었다.

실제 사람크기만한 인체 누드 조각들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바닥에 엎드려 절하는 인간군상, 상반신이나 머리가 절단된 채 남은 신체 부위 위에 놓인 사과와 꽃, 어깨를 늘어뜨리고 걸어가는 남자들의 모습, 그리고 그를 떠올릴때 빼놓을 수 없는 77~86년 제작한 중력·무중력 시리즈(직사각형 수직판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는 인간들의 실상 표현)까지…

한결같이 벌거벗은 젊은 남자들의 조각품 들이었다. 결코 아름답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슴의 갈비뼈나 근육, 팔뚝의 힘줄까지도 표현되는 조각들은 정신적 세계를 찾아나선 작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에너지 넘치는 생명의 조각이었다. 그것은 그가 우리나라 근대조각의 선구 김복진, 권진규의 뒤를 이어 리얼리즘 조각 계보의 적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동료 유재길 홍익대 교수는 『그의 생명의 조각들은 인간의 윤회와 순환논리를 강조하고 있다』면서 『생명의 탄생과 죽음의 의미까지도 짚어보게끔 하는 상징적 작업』이라고 말했다. 『궁극적 예술의 목적은 깨달음에 있다』 고 말하는 작가의 눈빛, 그것은 FRP(산업용 합성수지)나 스테인레스로 표현된 그의 조각품의 영매(靈媒), 바로 그 접신(接神)의 눈빛이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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