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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파워인터뷰'는 '파워' 실어주기?

입력
1999.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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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난 후 진행자인 심혜진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견디고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과연 그런 느낌을 주게 했는가. 얼굴없는 시인, 수배와 투옥으로 14년을 보내고 나온 박노해씨에 대해 「파워인터뷰」(KBS 2TV 일요일 밤 11시 10분)는 20여개의 질문을 했다.물론 그중에는 「사람이 희망이다」 「오늘은 다르게」를 연속 출간하면서 대중 속으로의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는 질문도 있었다. 『노동운동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였나』 『왜 시를 쓸 생각을 했나』 『신세대문화 옹호에 대한 비판론도 있는데』 등등. 『노동운동의 모든 공을 다 가져 간다는 비판도 있다』는 공격적 질문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질문은 그저 재미를 위한 것들이었다. 진행자는 그의 아내, 결혼, 부부싸움에 대해 연속 질문을 했고 패널들은 대중가요 인기차트를 물어보고,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불러보라고 했다. 세간의 편견이란 전제로 『TV를 안본다』 『과격하다』에 대한 해명을 들었다. 이같은 질문은 그가 오랜 수감생활을 했기에 사생활이 궁금하고, 신세대문화를 적극 옹호하고, 노동운동가였기 때문일 것이다. 오락 프로그램이란 특성상 심각한 분위기가 계속되는 것이 싫어서일 것이다.

「파워 인터뷰」가 17일 박노해씨를 과감히, 패널인 하재봉씨의 표현대로 『충격적으로』 출연시킨 것은 그의 존재가치가 『서태지가 되고 싶다』고 할만큼 대중취향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방청객이 질문한 『중요한 순간마다 결단을 내릴수 있었던 이유』 『변절했다는 세상의 비판에 대해』였을 것이다. 우문(愚問)에 대한 현답(賢答)을 하는 박노해씨가 오히려 어색해 보이는 「파워 인터뷰」.

그 「파워」의 의미는 뭘까. 힘있는 질문을 한다는 뜻일까. 아니면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일까. 패널들은 인물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해 무작정 「존경심」으로 일관하고, 질문은 프로그램의 재미와 웃음을 의식한다. 인물은 미화와 과장으로 덧칠되고, 그는 자신의 처신과 행동에 정당성과 변명을 한다. 황수관 박사(3일 출연)는 자신이 정치에 나선다는 사실을 널리 선전했으며, 차승재(우노 필름 대표·10일 출연)씨는 한국영화 최고의 제작자로 추켜세워졌다.

박노해씨 다음에는 가수 이현우가 예정돼 있다. 인기가 있다면 아무나 초대하는 식이다. 「파워 인터뷰」가 연예오락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인물에 맞는 전문성을 가진 패널을 선정해 보다 날카롭고 깊이있는 얘기들을 끌어내야 하며, 오락 프로그램이라면 인물 선정에서부터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인터뷰는 그 사람을 비판하기 보다는 칭찬하는 속성을 지닌다. 그렇다라도 사람의 말은 진실이 아니기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파워 인터뷰」의 「파워」가 잘못된 스타만들기여서는 곤란하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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