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한국으로!」세계자동차업계가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다임러 크라이슬러, GM, 피아트등 굴지의 자동차업체들이 한국자동차회사와 전략적으로 제휴하거나 기업 자체를 인수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 마치 100여년전 열강들이 한반도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였듯 오늘날에는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들이 한국자동차산업 재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저마다 대어(大魚)를 건지기 위해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피아트-삼성차, 벤츠-쌍용차, GM-대우차
세계 6위의 자동차회사인 이탈리아 피아트사는 삼성자동차의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으로부터 원매자 협상의뢰를 받은 프랑스 파리바은행에 삼성차 매입의사를 전달했다. 프랑스 르노사도 삼성차 인수를 추진 중이다.
또 다임러 벤츠·크라이슬러 합병회사인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최근 쌍용자동차에 「이스타나」라인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자동차와 전략적제휴 협상을 벌여온 GM은 금명간 실사작업을 마무리짓고 채권단과 인수가격협상에 착수하기로 했다.
외국 자동차업체들이 한국의 자동차회사들의 매물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자동차소비국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간 1,500만대 이상의 수요가 발생할 아시아지역의 교두보로 한국이 최적의 지역이라는 것도 또다른 요인으로 분석됐다.
■정부, 자동차산업 청사진 마련해야
외국자동차회사들의 진입이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와해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대처하기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정몽구(鄭夢九)현대 회장은『현대자동차로서는 GM등이 한국에 진출할 경우 단점보다는 경쟁 촉발로 품질을 더욱 높이게 되는등 장점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자동차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의 무대책과 조급성 때문에 충분한 값을 받고 팔 수 있을 자동차회사들이 헐값에 넘어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구한말 당시 무능한 조정은 세계의 변혁 흐름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해 열강들의 「코리아 러시」를 자초했다』며 『자칫 한국 자동차산업의 빚잔치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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