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감청 논란이 걷잡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야당이 국회에서 가장 민감한 국가정보원의 감청조직과 실태 등을 「폭로」하고, 국정원이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맞서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는 국회차원을 벗어나 가뜩이나 도·감청에 예민해진 국민의 비상한 관심사로 떠올랐다.한나라당 이부영 원내총무가 15일 국정원 국감에 앞서 언론에 공개한 내용은 국정원의 감청담당 조직과 인원, 운용실태 등을 소상하게 지적하고 있어 우선 놀랍다. 또 서울시내 3개 관문 전화국과 국정원 감청시설이 연결돼 있고, 대부분의 휴대전화 통화도 감청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같은 당 소속인 김형오 의원도 이날 한국통신 국감에서 휴대전화 감청요청 사례를 공개했다.
우리는 이같은 폭로가 어디까지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다. 또 그의 발언이 관련법을 위반 했는지에 대한 판단권한은 국회와 사법부에 있다. 다만 양쪽의 공방과 관련해 몇가지 잘못된 점과 밝혀야 할 부분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국회 정보위원인 이총무가 국정원 국감에 앞서 언론에 국정원 감청조직을 상세히 공개한 것은 진위여부를 떠나 문제가 있다. 국회 정보위와 국정원 관련법을 모를리 없는 이총무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중대한 사안을 놓고 쟁점이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하는 것을 자초한 셈이다. 아무리 국민의 관심이 큰 사안이라도 원칙과 절차를 지켜 공론화 했어야 한다.
국정원의 대응자세에도 문제가 있다. 국정원은 당초 감청시설이 아예 없다고 주장하다가 이총무의 발언이 있자 합법적인 감청사실만 시인하고 정치인등에 대한 불법감청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첩보영화를 통해서라도 정보기관의 감청능력을 나름대로 알고 있다고 여기는 일반인들에게도 설득력이 없는 주장을 앞세워서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국정원 조직등을 국감장밖에서 밝힌 것을 문제삼을 것만이 아니라, 국회 정보위를 통해 국정원의 감청기능을 가능한 한 소상하게 국회에 알려야 한다고 본다. 정보기관의 보안이 중요하지만 국민의 감독은 받아야 하고, 국회 정보위는 이를 위해 존재한다. 특히 불법감청문제로 민심이 어수선할 정도인 점을 생각하면 보안만을 앞세울게 아니다.
통신감청 문제는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규제강화 입법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나서는 국가적 현안이 됐다. 정부는 국민의 의혹과 불안감을 해소, 민심을 진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급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성의를 다하는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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