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를 한참 관찰하니 한 마리의 올챙이가 죽었습니다. 또 조금 자란 올챙이가 자라지 않은 조그만 올챙이 꼬리를 물어서 먹었습니다. …내가 올챙이로 태어났다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꼬리를 물려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올챙이가 이렇게 힘들게 자라서 개구리가 되는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웃음을 자아내는 이 예쁜 글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쓴 것으로 한국글쓰기연구회가 엮은 「아주 기분 좋은 날」(보리 발행. 6,000원)에 실려있다. 이 책은 90년대 도시 지역 초등학교 3·4학년 어린이 글모음인데,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아주 기분 좋은 읽을거리다.
어린이의 글은 솔직해서 좋다. 어른들처럼 점잔을 빼거나 어려운 말을 쓰거나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본대로 느낀대로 참되게 쓴 어린이의 글은 참 많은 것을 생각케한다. 이 책의 글들이 그렇다. 순수하고 더러 심각하고 서툴지만 정직하고 으젓하다. 나름대로 세상을 읽고 자기주장을 하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장난 치다가 교실 바닥에 머리를 쾅 박고는 머리가 이상해졌을까봐 걱정이 돼 머릿속으로 곱셈 덧셈을 해보고, 비 맞은 동무를 걱정하고, 아빠 없는 슬픔을 견디기도 하는 씩씩하고 사랑스런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똥이 마려워 변소 앞에서 동생 보고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는 내용의 「아이고, 못참어」 같은 글은 큰 소리로 하하 웃고 싶을 만큼 재미있다.
「아주 기분 좋은 날」은 한국글쓰기연구회가 펴내는 90년대 도시 아이들의 글모음 두 번 째 책이다. 첫 권은 초등학교 1·2학년의 글로 엮은 「아무도 내 이름을 안 불러 줘」이다. 12월에 5·6학년 글모음도 나온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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