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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내년 사업계획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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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내년 사업계획 '막막'

입력
1999.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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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을 목전에 둔 재계가 「밀레니엄 경영플랜」은커녕 내년도 사업계획조차 짤 엄두를 못내고 있다.15일 재계에 따르면 예년 같으면 대기업들이 활발히 다음해 사업계획을 구상할 시점이지만 올해는 재벌개혁 방향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데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금융시장 여건 때문에 거의 모든 그룹이 내년 사업계획수립에 엄두를 못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시장이 안정돼야만 자금조달및 투자계획을 세울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도무지 낙관할 수 없다는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 엔·달러 환율의 향배 등 불투명한 해외변수들도 기업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제원자재가격도 큰 변수다. 최근 원유가격 오름세가 꺾였으나 기업들은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L그룹 관계자는 『연구기관들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5~7%로 전망하고 민간소비도 올해보다 5~6%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기업들은 국제원유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설 경우 원가상승요인을 모두 시장가격에 반영시키기 어려워 매출이 늘어나더라도 수익성은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또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 강도가 약했으나 내년에는 훨씬 강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내년 4월로 예정돼있는 총선도 걱정거리다. 예년의 경우 총선 전에는 통화량이 풍부해지고 건설경기 등이 활성화한 반면 정부가 선명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대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부채비율 200%를 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제재 강도를 높이기로 해 기업들은 「공세적 투자」보다는 「수세형 투자」에 머물고 있다. 대기업들은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기존 생산라인등을 보완하는 부분적인 투자나 합리화투자 등에 그치고 신규투자는 거의 계획하지 않고 있다.

모 전자회사의 경우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로부터 인공위성을 활용한 무선 정보통신사업 참여를 제의받아 실무적으로 검토한 결과 사업성이 뛰어난 것으로 분석됐으나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대거 차입하지 않고는 사업참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포기하기로 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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