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미군 전투기들이 노근리 철길에 무차별 기총소사를 가했다. 북한 T 34 탱크가 철길 터널속에 숨어 우리에게 포격을 가했기 때문에 교전중 그런 불상사가 생겼다. 지상에서 작전중이던 우리를 향해 서너 차례 라이플 총탄이 날아왔다. 곧 전원사살 명령이 전달돼 터널 양쪽에서 일제사격이 시작됐다. 북한군이 피란민으로 가장해 공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터널속 희생자 가운데 북한군복 차림이 서너명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AP 통신 보도로 50년만에 실상이 공개된 미군의 노근리 학살에 가담했던 병사가 며칠전 한국 특파원에게 털어놓은 증언 요지다. 당시 미군 기관총수였던 에드워드 데일리(68)씨는 터널 양쪽에 기관총 4정을 설치하고 사격을 가하자 터널 안은 끔찍한 지옥으로 변했다고 증언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이와 부녀자 노인들인데 양심의 가책을 느껴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는 고백이고 보면, 그의 증언이 진실이 아니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말은 다르다. 데일리씨의 증언이 보도된지 며칠후 대전에 사는 한 피해자의 아들은 어머니의 말을 인용해 『기총사격이 있었던 장소는 터널에서 1㎞ 떨어진 곳이고, 북한군이 현지에 도착한 것은 학살 3일만인 29일이므로 북한군과 미군간에 총격전이 있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주민이 터널로 모인 것은 기총소사를 피해서가 아니라,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미군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억의 한계가 있을 수도 있고, 근본적인 상황인식 차이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합동조사단이 필요한 것이다.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 내겠다는 의지에 한미 두 나라 견해차이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측은 자료와 의견을 공유하는 공동조사면 됐지, 공동조사단까지는 필요없다는 반응이다. 코언 미 국방장관의 말처럼 이 문제가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다면 진상규명에 소극적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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