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 김종필(金鍾泌)총리,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의 14일 연쇄 회동결과는 합당과 선거구제에 대한 갈등을 봉합하는 형식을 취했으나 실제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우선 합당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김총리와 박총재의 단독회동에 이목이 집중됐다. 두 사람은 이날 낮 1시간 10여분동안 오찬을 함께하며 당의 진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회동이 끝난 뒤 총리실측이 밝힌 합의사항은 세 가지였다. 「연내에 당론을 완전히 굳혀 자민련의 길을 간다」 「총리는 당론을 따른다」 「모든 일은 박총재가 강력히 이끌고 간다」등이다. 회동에 앞서 김총리는 기자들에게 『이견이 없다』고 말했고 회동이 끝난 뒤 양측 측근들은 『회동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내를 좀더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박총재측은 『「자민련의 길을 간다」는 표현은 합당 반대, 중선거구제 도입쪽으로 간다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총리실측은 『총리는 갈등 확산을 막으면서 시간을 두고 합당 여부를 결정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총리는 이날 오전 회동에 앞서 총리실을 찾아온 자민련 당3역이 합당 반대 여론을 전하자 굳은 표정을 지었다는 후문이다. 반면 박총재는 당3역들에 합당 반대와 중선거구제 강력 추진 의지를 밝혔다.
박총재는 회동에 여론조사 결과까지 들고가 합당 반대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박총재측이 최근 「갤럽」에 의뢰, 전국 유권자 3,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합당 반대(40.0%)가 찬성(29,5%)보다 10%이상 높게 나타났다.
한 당직자는 『박총재가 합당에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개진했지만 김총리는 좀더 논의 해보자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당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내려지지 않음으로써 자민련은 연말까지 합당 논의로 계속 진통을 겪을 것 같다.
김대통령과 박총재도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례회동을 가졌다. 김대통령은 중선거구제도 강력히 추진해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 합당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히며 두사람간 JP, TJ간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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