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가수 이미자(59). 그러나 그녀는 자기 얘기를 아끼는 편이다. 첫 남편과 의 딸인 정재은의 이야기는 굳이 피하는 편이다. 그가 자전적 에세이를 쓴다고 할 때 아마 그런 얘기는 빠질 것이 분명하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최근에 출간한 「인생 나의 40년」(황금가지 펴냄)에 솔직히 털어놓았다. 환갑을 앞두고 솔직해졌다.한동안 방송가에서는 『이미자가 KBS 「가요무대」에 정재은이 자주 나온다는 이유로 자신은 절대 출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바람에 정재은은 밥줄이 끊겼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미자가 책을 내자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딸을 사랑하고 있다」 는 식의 변명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을 지도 모른다. 수더분한 외모와는 달리 맺고 끊음이 분명한 이미자는 이 소문까지도 책에서 가감없이 소개했다. 『다른 이유로 출연하지 않았는데 정말 기가 막혔다. 정신병자가 아닌 이상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물론 『딸이 TV에서 내 노래 만은 안부르길 바랬다』는 솔직한 심정도 곁들였다.
첫 남편과 헤어지고 「남편도 자식도 내팽개친 몰인정하고 비정한 여자…」라는 식으로 비난을 받았던 당시의 심정을 『그래 미쳤어. 나는 미치기라도 해야 그 상황을 견딜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콘트라베이스 주자인 전 남편의 나태와 외도, 그리고 딸을 앞세운 재회 시도, 그 모든 것들을 끊기 위해 전 재산을 남겨두고 맨몸으로 나와 여관을 전전해야 했던 심경을 담담히 술회했다. 「낳기만 했지 내손으로 키워보지도 못한 아이, 조막만한 얼굴이 미치도록 눈에 밟혔다」는 그녀의 술회는 자기 삶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렸지만 그래도 모정을 끊을 수 없었던 어머니의 심경이 묻어난다.
에세이에는 재혼한 김창수(전 방송 PD)씨와의 첫 만남, 두 딸과 아들에 대한 사랑, 재혼한 연예인 며느리로서의 어려움 등 인간 이미자의 삶과 「동백 아가씨」 「섬마을 선생」 등 일련의 금지곡 가수에서 「국민 가수」가 되기까지의 희로애락 등이 표현돼 있다. 그러나 그 솔직함이 있기까지 그녀의 인생엔 단 맛보다 쓴 맛이 많았다. 그녀는 글을 마치며 이렇게 적었다. 「두 번 다시는 못한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더니,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니까 살았다.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이미자의 노래가 그토록 심경을 울리는 것은 아마도 그 인생의 쓴 맛과, 쓴 맛을 달콤함으로 덮으려 하지 않는 성격 때문인지도 모른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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