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한민국의 간첩이었습니까, 아니었습니까』 미국에서 간첩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고 있는 한국계 로버트 김이 「대한민국정부에 드리는 공개질의서」에서 이렇게 절규하고 있다. 미 대법원에서 상고까지 기각당한 그는 꼼짝없이 잔여형기 6년을 살아야 하고 복역이 끝나더라도 3년간 보호관찰 대상이 된다. 게다가 봉급과 연금의 몰수로 문자그대로 패가망신의 상황에 처해 있다.우리나라의 현역 국회의원인 동생을 포함한 가족들이 그의 구명운동을 정부에 촉구해 왔지만 정부는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우선은 미국시민인 그가 미국형법을 위반한 혐의로 배심원으로부터 유죄평결을 받아 공식적으로는 미국 국내문제라는 점 때문에 간여하기에 껄끄러웠다. 다음으로 97년 김영삼대통령이 『한국정부는 조금도 개입되지 않았다』는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외교적 접근의 길이 더욱 막혀버렸지 않았나 생각된다.
우리는 로버트 김의 재판결과와 관련하여 미국에 시비를 건다거나 불만을 표시할 생각은 없다. 그는 자국법에 따라 처벌을 받고 있는 미국시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인도적인 견지에서 선처를 당부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로버트 김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그가 비록 미국시민일지라도 우리나라에 부모형제를 둔 한국인이고, 그래서 그의 말대로 조국 한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미국법을 어기고 기밀정보를 한국관리에게 제공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로버트 김의 행동은 어리석기 이를데 없다. 그는 공개질의서에서 『간첩혐의를 벗기 위해 한국의 정보장교를 증언대에 세우고 싶었지만 한국의 입장을 생각해서 그러지 않았다』고 심경을 밝히고 있다. 한국정부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리라고 기대했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로버트 김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인 것 같다. 우선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하여 형량재심청구를 하는 것이다. 이 일은 가족과 민간후원회의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가 정치적 채널을 가동하여 인도적 차원에서 그가 사면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로버트 김이 누설한 기밀문서는 북한관련 문서다. 그 정보가 적국이 아니라 그 적국과 대치중인 혈맹에 제공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떤 활로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인 줄 알지만 이럴때 일 수록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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