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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구데타] 서남아시아 지역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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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구데타] 서남아시아 지역 불안

입력
1999.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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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보유국에 회교원리주의 軍部가 정권 장악12일 발생한 파키스탄의 군사 쿠데타로 서남아시아 지역이 극도로 불안해졌다. 신흥 핵보유국 파키스탄에 회교원리주의를 주창하는 군부가 정권을 장악, 지역 질서를 재편할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핵보유를 선언한 국가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것은 91년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도 쿠데타 주도세력이 핵을 스스로 통제할 능력이 있는지 가늠하기 위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권력갈등

쿠데타의 표면적 동인(動因)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참모총장의 해임이지만 보다 근본적 원인은 군부와 샤리프 총리간의 권력 갈등에 있다는게 정설이다. 군부가 샤리프 총리의 대(對)인도 온건 정책과 친서방적 외교노선을 와해시키기 위해 거사를 도모했다는 것이다. 또한 샤리프는 자신에 반대하는 군부세력을 과소평가했다.

양측의 갈등은 특히 사업가 출신인 샤리프 총리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 인도·파키스탄령을 가르는 카슈미르 통제선을 회복키로 합의하자 폭발 직전으로 치달았다. 군부 강경파는 『철군은 곧 패배』라면서 항명(抗命)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여기에 샤리프 정권이 핵실험에 따른 국제 제재조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경제를 악화시킨 점, 종교갈등으로 인한 소요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민심이 이반한 점 등도 쿠데타의 외적 명분으로 작용했다.

■회교원리주의

쿠데타 세력의 정신적 근간은 회교 원리주의다. 군부 강경파와 회교원리주의를 신봉하는 국민은 지금껏 샤리프 정권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반군 등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미 평화연구소 남아시아 전문가인 디파 올라팔리는 『군부내의 회교원리주의 확산이 이번 쿠데타의 핵심적 요인』이라며 『이로써 중앙아시아에 거대한 탈레반 거점이 만들어졌다』고 우려했다. 쿠데타 세력은 향후 샤리아(이슬람법)를 국법으로 정하고 반(反)서방 정책을 표방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적 영향

쿠데타는 우선 진정국면을 보이던 카슈미르 분쟁을 비롯, 인도와의 긴장을 다시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무샤라프 참모총장은 쿠데타 직후 가진 연설에서 『어떤 외부 세력도 파키스탄의 현상황을 악용해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인도를 향해 강경 자세를 보였다. 양국은 이미 방글라데시 독립문제 등으로 3차례나 전쟁을 벌였다. 미국은 또 쿠데타 세력이 포괄적 핵실험금지협정(CTBT) 등 핵억지 노력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금껏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 파키스탄에 호의적이었던 중국도 쿠데타 세력이 중앙아시아지역의 회교 분쟁을 지원할 경우 묵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향후 전망

쿠데타 세력이 계엄령 선포 등을 통한 군정(軍政)을 실시할지, 아니면 조기 총선거 실시를 위한 잠정통치로 선회할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군부가 향후 정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가능성은 아주 높다. 그러나 쿠데타 세력은 미국 등 국제사회가 여차하면 추가 경제 제재를 취할 것이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는 않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5월 핵실험으로 주요국에 의한 경제제재를 받았고 최근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2억8,000만달러 추가 대출이 중단되는 바람에 국가 경제가 극도로 피폐해졌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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