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의 실패. 13일 이뤄진 재정경제부 과장급인사에 대한 평가다.당초 재경부내에선 이번 인사를 앞두고 두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었다. 하나는 구 기획원과 재무부의 「한지붕 두가족」살림을 끝내기 위해 양쪽 출신을 대거 뒤섞고 고시 기수(期數) 위주의 보직서열을 깨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인데다 조직안정을 위해선 기수를 존중하고 경험많은 전문가 중심으로 인사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기획원과 재무부 출신을 뒤섞는 것은 「없던 일」로 되어 버렸다.
주무과장만 3자리가 바뀐 이번 인사에서 구 기획원 파트인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에 기획원출신 이철환(李喆煥)산업경제과장이, 구 재무부 업무인 금융정책국 금융정책과장과 국제금융국 국제금융과장에는 각각 재무부출신의 최중경(崔重卿)증권제도과장과 허경욱(許京旭)금융협력과장이 임명됐다. 그 결과 과장 4명이 모두 교체된 금융정책국의 경우 재무부-기획원 출신비율이 과거 그대로 3대 1로 유지됐고, 국제금융국은 과장 5명이 종전처럼 모두 재무부 출신들로 채워지게 됐다. 경제정책국도 양 부처 비율은 변화가 없었다.
이런 인사가 이뤄진 데에는 대우사태로 위기관리 중요성이 커진 만큼 「일을 해보던 사람」위주로 「안전하게」보직이 결정됐기 때문. 그러나 『주무과장이나 핵심현안이 걸린 자리외에는 상징적으로라도 양 부처 출신을 섞는 것이 조직의 장래를 생각해서라도 필요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편 금융정책국과 국제금융국 주무과장에는 행시 21회들을 제치고, 22회가 임명돼 1기를 뛰어넘는 「약간의 발탁」이 이뤄졌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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