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TV 시청이 조만간 허용될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북한이 위성 TV 본방송을 시작함에 따라 시청허용 방침을 세우고, 국가안보회의 상임위 등을 통해 허용 시기와 폭을 검토중이다. 북한이 태국 타이콤-3 위성을 이용해 10일부터 내보내고 있는 위성방송은 해외용으로 별도 제작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조선중앙 TV 프로를 그대로 방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방송의 일차적 목표는 북한 내부의 난시청 해소를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체제가 다르고 군사적 대치상태에 있는 북한의 TV 시청을 허용하는 문제가 간단한 일도, 가벼운 사안도 아니다. 거기에는 북한 TV의 의도적인 체제선전과 대남비방 등이 가져올 파급효과 등 고려할 부분이 많이 있다. 위성 TV의 경우 전파차단이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나 국제관계 등을 고려할 때 실효성이 거의 없는 형편이어서, 우리 정부가 떠밀려 시청을 허용하는 측면도 있는 것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자신감을 갖고 북한 TV를 시청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남한 TV가 그동안 북한 TV 프로를 간간이 소개함으로써, 우리는 그들의 일방적인 비방과 선전에 꽤 면역이 되어 있다. 또한 북한 TV 프로에서 드러나는 독재체제의 획일성과 폐쇄성이야말로 역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반공교육의 자료 구실을 했다고 본다.
북한방송 개방은 현 정부가 국정개혁 100대 과제의 하나로 약속한 사안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에 북한 TV와 라디오 공중파방송도 함께 개방이 논의되었으면 한다. 이는 우리에게 북한을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등과 마찬가지로 객관화해서 보는 시각을 길러줄 것으로 본다.
과거 동서독의 경우 서독의 자유롭고 다양한 방송이 국경을 넘어 동독으로 흘러듦으로써, 서독식 흡수통일을 이룬 가장 큰 에너지로 작용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쪽 시각으로 볼 때, 남북한의 경우는 사정이 이와 정반대다.
그러나 우리가 개방과 상호협력의 기본정신 아래 문화적·경제적 교류를 넓혀가면서 북한 위성 TV 시청도 허용할 예정이듯이, 북한도 상응한 조치를 펴나가기 바란다. 다가오는 2000년대에는 TV를 매개로 남북한 주민이 공정하고 개방적인 시각에서 양체제를 서로 비교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지금도 이적 목적을 갖고 내용을 유포하지 않으면, 접시형 안테나와 컨버터를 설치한 후 북한 TV를 시청하는 단순한 행위는 아무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다. 정부는 단순시청의 범위를 넘어 북한 위성TV를 종계유선 방송에 이용하는 문제 등은 제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마침내는 이러한 제한도 해제되어 자유로운 분위기를 바탕으로 양쪽 주민의 합리적인 판단 아래 통일의 기틀이 마련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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