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일주일 앞둔 인도네시아 정국에 과거청산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돌출했다. 축출된 수하르토 전대통령의 부패에 대해 11일 인도네시아 검찰이 수사중단 결정을 발표하자 국민은 분노의 화살을 B.J. 하비비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다. 주요 일간지인 자카르타포스트지가 『16개월동안 도둑의 정치를 악화시킨 장본인을 제거해야한다』고 밝혔듯이 하비비를 성토하는 분위기여서 대선의 향방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더욱이 대통령을 뽑을 국민협의회(MPR)가 12일 수하르토의 부정부패를 조사할 특별법 제정을 결의함에 따라 하비비의 입지는 더욱 약해지고 있다.야권과 학생측은 당장 하비비 정권을 비난하고 나왔다. 지난해 수하르토 독재정권을 몰아낸 주역인 학생들은 『하비비가 구시대 인물을 비호하고 있다』며 가두시위를 다짐했다. 민주투쟁당 의원들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당수가 집권하면 수하르토 문제는 분명 재조사할 것』이라고 밝혔고 마토리 압둘 자릴 국민각성당 원내대표도 『검찰의 결정은 하비비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물거품으로 만들었으며 하비비가 전정권의 부패에 직접 연루됐음을 확인하는 증거』 라고 공격했다. 심지어 군부 일각에서조차 『수하르토의 월권행위로 누가 이득을 얻었는지는 명확하다』며 가세했다.
검찰 발표에 대해 일단 하비비 대통령측은 언급이 없다. 그러나 검찰발표직전 하비비와 논의를 마쳤다는 점을 들어 하비비의 승인이 있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수하르토에 대한 수사에서 자신의 관련부분이 나올 것을 우려한 하비비가 예방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하비비가 자충수를 두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악바르 탄중 골카르당 의장도 『하비비의 입지가 결정적으로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비비는 오는 14일 MPR에서 집권 16개월의 공과를 밝히는 국정연설을 할 예정이다. 수하르토의 수사중단 여부가 첨예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 자리는 사실상 하비비에 대한 사전선거운동의 장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는 판단이 선다면 하비비가 검찰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현재 대선전의 판세는 말 그대로 안개정국.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메가와티 민주투쟁당 당수와 인구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회교권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압둘라만 와히드 국민각성당 당수와 함께 하비비는 힘겨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정국에 결정적 변수인 위란토 군총사령관마저 하비비의 부통령직 제의를 거부함에 따라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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