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수학능력시험의 도입취지는 글자 그대로 학생들이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측정하고자 하는데 있었다. 그러나 소위 주요 과목이라고 하는 국영수에 편중되다 보니 예전의 제도와 크게 다를 바 없어 고교 교육현장을 또 다시 전인교육과는 거리가 먼 파행적 교육이 펼쳐질 수 밖에 없는 입시준비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물론 교육당국이 이런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기껏 내놓은 정책들이 헤어진 옷을 꿰매는데 쓰일 한 조각의 천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11월17일 실시되는 올해 수능시험에서도 애초에는 문과수학의 경우 미적분을 제외키로 계획했지만 실제로 발표 때에는 없었던 일이 되고 만 것은 누가 보더라도 힘의 논리에 틀림없다.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기하겠노라고 생색은 내지만 결국 힘이 없는 과목들만 제외되는 현실을 볼 때 고교교육의 정상화는 요원할 뿐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출제방식에 관해서도 할 말이 있다. 현재 수능시험 출제위원들은 대학교수들이며 현장의 고교교사들은 검토위원을 맡고 있다. 한 마디로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본다. 교수들이 해당부분에 학문적 깊이나 넓이가 있다 하더라도 현장교육의 수준을 고려한 이른바 눈높이출제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 문제다.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지는 출제는 파행교육에 한 몫을 거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정년단축과 교육계 분위기 변화에 따라 퇴임하는 교사들이 급증해 빈 자리를 메우는 과정에서 전문성이 다른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초등학교에 채용한데 따른 현장의 반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듯이 교수중심의 수능시험 출제에 대한 고교교사들의 입장도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을 교육당국은 알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출제위원은 고교생들의 수준에 관한한 전문가인 고교현장의 교사들이 맡아야 하며, 검토위원 내지 자문위원은 해당 학문의 전문가인 대학교수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출제위원장도 특정대학에서 맡아야 한다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채수연. 한국제2외국어교사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