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은 실망했다는 말을 해요. 너는 이러지 않길 바랬다는 거죠』 극단 연우무대의 「락희(樂喜)맨 쇼」의 연출자 최우진(32). 최근 「풀 코스 맛 있게 먹는 법」에서 신선한 재기를 과시했던 신예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갔나?「락희맨 쇼」는 연우무대가 해 온 작업과 많이 다르다. 만화 뮤지컬이라는 부제로도 모자라, 스스로 일컬어 「경쾌한 만화, 신나는 연극」 이라고. 「칠수와 만수」 「머리통 상해사건」 「AD 2031 제3의 날들」 등 최근 공연작에서도 여전했던 극단 연우무대의 시대 비판 정신을 포기라도 한 듯, 키치적 상상력만 전면에 가득 부각되는 무대다.
시작 전 커다란 소리로 울려퍼지는 「돌돌이 만세」 등 동요, 「꽈배기 인생」 등 록과 뽕짝이 뒤섞인 음악들, 글로써는 못 옮길 쌍욕들, 천사가 땅의 소주를 찾으러 내려 와서 허둥댄다는 발상, 젊은 만화가 방대성의 코믹하면서 더러는 노골적인 만화의 투사…. 극단은 관객에게 다음 몇 가지를 당부한다. 논리를 버릴 것, 산만해 질 것, 따지지 말 것,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을 것. 기존의 기대치와 관극 방식을 모두 포기했을 때, 아니 그로부터 자유로와졌을 때, 이 연극이 비로소 보인다는 말이다.
연우무대의 선배 연출가 박상현은 이 연극의 팜플렛에다 「사막과 같은 연극판에서 살아남기란 참으로 치사하고 힘들다. 이제는 왜, 어떤 연출가로 살아남는가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한다」는 비판으로 축하에 대신했다. 어쨌거나 극장은 젊은 남녀 관객들로 붐비고 있다. 11월 14일까지 연우소극장. 화-금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02)744-7090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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