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1685~1750) 시대의 첼로는 오늘날과 달랐다. 철사줄 대신 거트(양창자) 줄을 썼고 활은 납작하지 않고 둥근 꼴이었으며 몸통을 바닥에 고정시키는 버팀쇠(엔드핀)가 없었다. 소리도 현대 첼로보다 수수하고 부드럽고 작았다. 바흐가 요새 첼로 소리를 듣는다면 낯설게 느낄 지도 모른다.안너 빌스마(65)는 바흐가 살았던 바로크 시대 첼로 연주의 거장이다. 그의 첫 내한독주회가 17일 낮 3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첼로 음악의 성경」으로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1·3·5번)을 바로크첼로로 연주한다. 빌스마가 92년 소니 클래시컬에서 녹음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은 최고의 명반으로 꼽힌다.
권위있는 음악잡지 「클래식 CD」는 지난해 1월호에서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 6명을 선정하면서 빌스마를 꼽았다. 고인이 된 카잘스·피아티고르스키·뒤프레·샤프란과 함께 현존 연주자로는 로스트로포비치와 빌스마가 선정됐다.
네덜란드 태생인 빌스마는 59년 카잘스 콩쿠르 우승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의 첼로 수석으로 활동하던 그는 60년대 후반부터 음악을 작곡 당시의 악기와 관습대로 연주하는 「원전연주」로 독주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빌스마는 화려한 명성보다 음악적 깊이로 존경받는 연주자다. 그의 연주는 철학적 색채와 사색의 깊이를 담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그런 거장이 이제야 오게 된 것은 우리의 음악 흡수력이 아직 얕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만한 명인의 내한이라면 입장권이 진작에 동났을 것 같지만 12일 현재 1,000장이 채 안 팔렸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은 첼리스트들이 경배해 마지않는 불멸의 고전이다. 음악 애호가들이 죽을 때 관 속에 넣어달라고 주문할 만큼 위대한 작품이다1번부터 6번까지 여섯 개가 있는데, 각 작품은 4~6개의 춤곡으로 이뤄져있다. 예컨대 5번은 전주곡·알르망드·쿠랑트·사라방드·가보트·지그로 되어있다. 바흐 이전까지 첼로는 저음을 담당하는 별 볼 일 없는 악기였지만, 이 곡 덕분에 독주악기로서 제자리를 잡게 됐다.
정격연주로도 불리는 원전연주는 60년대 후반에 등장했다. 바흐 이전의 음악을 작곡 당시의 옛모습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서 출발해 지금은 고전·낭만음악까지 확장됐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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