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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25) 토머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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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25) 토머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

입력
1999.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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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틀을 바꾸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기업이 좋은 마케팅을 펴기 위한 전략으로 흔히 사용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없어 고민하는 회의장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 이 이야기의 핵심을 과학사를 보는 하나의 틀로 제기한 사람이 미국의 과학사가 토머스 쿤이다.여기서 「틀」은 쿤이 말한 「패러다임」이고, 「세상이 달리보인다」는 것은 「과학혁명」이다. 쿤은 62년에 펴낸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이런 체계를 잡아 과학의 변화를 설명했고, 이 책은 과학의 발전을 큰 논리의 틀로 꿰어 설명하는 가장 기억할만한 책이 되었다. 그리고 단지 자연과학에서만이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의 모든 연구에서 방법론의 변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해석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쿤 이전에는 과학의 발전이란 실험과 관찰을 통해 자료와 사실들을 하나하나 모으는 데서 시작한다고 보았다. 그러다가 옛 이론과 들어맞지 않는 새로운 자료와 사실들이 등장하면, 그런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무언가 다른 이론이 필요하고, 그래서 현상을 새롭게 보는 설명 체계가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과학의 발전이란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며, 혁명이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쿤은 과학발전이 결코 연속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도저히 상호 양립하거나 연속성을 갖지 않는 격렬한 변화들, 이른바 「혁명」이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과학의 발전은 흡사 정치나 종교혁명과 같다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이 「앙시앙 레짐(구체제)」을 혁파하기 위해 일어난 것처럼, 그리고 거의 이전 세대와 단절에 가까운 새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처럼. 과학의 발전은 「정상과학」이라 부르는 옛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사실 앞에서 거대한 혼돈의 시기를 거쳐, 옛 이론을 대체하는 혁명과도 같은 새 이론의 등장을 맞는다는 것이다.

쿤의 이 책은 옛 패러다임의 연속선에서 새 패러다임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말고도 패러다임에 따라 똑같은 실험과 관찰의 내용도 다른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고, 객관적이지 않은 요인이 두 패러다임의 선택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당시 과학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의 주장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지만 쿤의 이 책은 과학은 순수한 실험정신만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주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은 것은 물론, 100만 권 넘게 팔리면서 대중에게 읽히고 있다.

토머스 쿤 1922년 미국 신시내티 출생 49년 하버드대 물리학 박사 49∼91년 하버드, 버클리, 프린스턴, MIT에서 과학사·과학철학 강의 저서 「코페르니쿠스 혁명」(57년) 「흑체 복사이론과 양자 불연속성, 1894∼1912」(78년) 93년 사망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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