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부자를 질시해온 역사는 꽤 길다. 부자들을 비꼬는 말이 성행한 것이 증거다. 『부자 삼대(三代) 가기 어렵다』는 속담에서는 『그 집안의 재산 대물림, 어디 두고 보자』 는 뜻도 읽히니 말이다. 『벌이 꿀을 모으듯 바보는 부(富)를 모은다』같은 서양경구도 부자에 대한 질시를 드러내고 있다.그런 한 편으로, 사람들은 부자를 선망해왔다. 14세기의 영국문호 초서도 그랬던 것같다. 『재산은 친구를 만든다』는 구절을 믿고 그는 작품에 넣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이 「부귀(富貴)는 재천(在天)이야」라 읊은 것은 부자가 되고 싶지만 될 길이 없는 데 대한 선망 반, 체념 반의 마음에서 아니었을까 싶다.
원칙적으로 부자를 질시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부자는 오히려 선망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들처럼 일하다 보면 부자 될 기회가 열려 있는 사회가 우리 사회고 기회를 잡으려는 희망이 사회의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건 그저 원칙론이라 믿는 것같다. 또 재벌들을 선망은 커녕 질타한다. 상장 직전 계열사 주식을 사들인 다음 상장 후 파는 「주식시장장난」으로 삼성의 이건희회장 아들 재용씨의 재산가치가 2년만에 억원단위에서 조원단위로 「뻥튀기」되고 결과적으로 상속세를 물지 않고 경영권이 대물림되었다는 의혹을 특히 질타한다.
부자들은 부를 세습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각국은 무조건적인 세습에는 차단장치를 둔다. 「상속세를 높게」는 그 중 하나다. 부를 사회로 환원하게 하려면 상속세가 높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부자의 상징인 미 록펠러가문의 경우 1세부터 현재 4세까지 우리 부자들같은 변칙을 쓰지 않았지만 후세들에게도 돈은 이어져왔다. 시장경제까지 교란시킨 일은 없었다.
올여름 미 국립공원 티톤(nps.gov/teton)을 캠핑하고 돌아온 한 선배는 그 곳에서의 록펠러2세 행적을 보고 「멋있는 재벌모습」이라고 했다. 자녀들과 함께 옐로스톤국립공원(nps.gov/yell)을 찾곤 했던 록펠러2세는 근처의 다른 국립공원 티톤과 이 옐로스톤이 사유지들에 의해 끊긴 것을 알고, 사유지들을 사들여 정부에 기증함으로써 국립공원들을 연결해 놓았다. 그러나 그는 이름에도 연연하지 않은 듯하다. 작은 기념비 하나만 세워 있더란다. 곳곳이 끊긴 백두대간 잇기를 위해 녹색연합(greenkorea.org)이 벌이는 것같은 땅 한 평사기를 시작하는 것을 중년에 들어선 자신의 할 일이라고 믿는 그 선배는 『거, 좀 멋있는 부자가 없나』 했다.
박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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