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운동권 출신인사들의 정치참여가 늘고 있다. 운동권 출신이라고 해서 과격하다거나 이념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비제도권의 시각으로 국정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수도 있다. 15대 의원중에는 운동권 출신이 많다. 현재 여의도 의사당은 그런 점에서 또하나의 정치 실험장이다.■운동권은 시대별로 변천을 겪으며 이념적 성향을 달리 한다. 70년대 말까지는 순수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반독재 민주화 투쟁이, 80년대 중반까지는 사회주의 성향이 가미된 반독재 반제(反帝) 반미투쟁이, 그 이후는 주체사상등 친북성향이 가미된 반제 반미 반독재투쟁이 대학가 운동의 주축이었다. 15대 의원중 운동권 출신은 주로 1·2세대로, 적어도 이념에서 만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신당 창당추진위원으로 영입된 사람들 가운데 대학 운동권 출신의 면면이 눈에 띈다. 전대협 의장을 지낸 임종석(한양대학생회장)·오영식(고려대학생회장)씨와 전연세대학생회장을 지낸 우상호씨 등은 잘 알려진 이른바 「3세대 운동권」의 리더들이다. 이들이 선봉에 서서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외친일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공교롭게도 이들을 떠 올리면 오버랩되는 대목이 여럿 있다. 그중의 한 사례가 평양에 파견된 대학생 대표가 남한체제를 비판하는 일등이다.
■80년대 대학가 주사파의 대부 김영환씨의 반성문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제 잘못중 첫째가 운동권 전반에 친북적인 분위기를 확산시킨 것…(중략) 사회에 나가 꿈 꺾인 청춘의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운동권 출신이니까 정치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사회변혁을 꿈꾸던 운동권의 리더가 어느날 갑자기 모습을 바꿔 국민의 대표를 자임하고 나서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젊은 날의 치열한 삶이 마치 훗날의 정치적 토대를 쌓기 위해서인 것처럼 보인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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