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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경 소설가] '내안의 깊은 계단' 장편소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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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경 소설가] '내안의 깊은 계단' 장편소설 출간

입력
1999.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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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강석경(47)씨는 6년 전부터 경주에 살고 있다. 1,500년 이상 된 무덤들이 자연의 일부이자 사람살이의 울타리처럼 되어있는 곳, 가을벼가 익어가는 논바닥 한가운데에 왕릉이 자리잡고 있는 고도. 강씨는 경주를 그의 글밭으로 삼아 소설을 쓰고 있다.『이 고분군(古墳群)의 곁을 지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사의 순환과 질서를 느끼게 되지요』 강씨가 3년 만에 발표한 전작장편 「내 안의 깊은 계단」(창작과비평사 발행)은 그가 느낀 생사의 순환을 바탕에 깔고 있다.

강씨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렸던 「숲 속의 방」(86년)이 80년대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회색의 삶을 그렸다면, 「내 안의 깊은 계단」은 90년대 초반 30대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시대의 평균적인 선인으로 그려진 고고학도 강주, 거침없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 하며 부나비처럼 여인들의 사이를 옮겨다니는 강주의 사촌인 연극연출가 강희, 중국여행 중 만난 일본인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결국 이민길에 오르고 마는 강희의 여동생 소정. 이들의 방황과 고뇌를 공통적으로 규정하는 조건, 그것은 『고고학으로 가득 차 있지만 형 가슴 속에는 누구도 뛰어들 수 없는 연못 같은 오롯한 공간이 있잖아. 인간은 다 고독해. 고독해서 불안정하고 격정에도 휩싸이는 거야. 부나비처럼』 하는 강주의 연인 이진의 말 속에 들어있다. 한 사람 내면에 자리한, 누구도 뛰어들 수 없는 연못, 그것이 인간의 심연(深淵)이다. 이 심연을 작가는 때로는 섬세하고 때로는 격정적인 문장으로 탐험한다.

또 한 가지, 강씨가 이번 작품에서 기도한 것은 한국사회의 가족·결혼제도에 대한 비판이다. 주인공 강희와 강주 소정은 모두 소실의 자식들이다. 그들의 광기어린 사랑과 삶은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몸부림처럼 읽히기도 한다. 작가의 이전 작품 「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의 주인공도 이혼녀였다. 강씨는 『지나치게 가족중심적이 되어버려, 삶의 제도 자체가 제도를 위한 제도로 화석화한 우리 사회 한 단면의 고발과 비판을 위해 이번 작품을 썼다』고 말하기도 했다.

따로 깊은 공부를 통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었을 해박한 고고학적 지식, 중국과 독일여행에서 취재한 풍물과 신화의 소개, 연극과 음악에 대한 교양인적 식견을 작가는 소설에서 유감없이 풀어놓는다. 강씨 자신이 당초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미술학도였다는 것을 기억하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작가는 문장 하나도 필연이기를 바라며 수없이 언어를 거르는 사람』이라고 그는 말했다. 강씨는 요즘은 경주의 고분 사진을 직접 찍으며 왕릉에세이 집필을 구상하고 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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