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성(46)씨의 네번째 작품집 「강 어귀에 섬 하나」(문학과지성사 발행)는 인간욕망에 대한 소설적 탐구이다. 인간의 기본적 욕망인 성욕의 기원과 형식이 소설의 주제이자 내용이기 때문이고, 그것이 「탐구」인 이유는 작가가 여전히 소설은 무엇이고 소설을 쓰는 나는 무엇인가 하는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소설 뒤에 숨기지 않고 앞으로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등단 이후 줄곧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품으로 난해한 소설의 대명사처럼 돼온 이씨의 작품경향은 이번 소설집에서도 드러나는 셈이다.작품집에 실린 7편의 소설은 외관상 인물들의 성장을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철들 무렵」이라는 부제가 붙은 「유리창을 떠도는 벌 한 마리」와 「무덤가 열일곱 살」은 아버지가 부재하는 가운데 어머니와 왜곡된 관계로 자라나는 나의 성장의 기록이다. 「문 밖의 바람」과 「편지 쓰기」는 각각 폐쇄된 뮤직박스 안의 DJ, 세상에 적의를 느끼는 주인공이 「행운의 편지」를 받고는 불행과 저주의 편지를 답장으로 쓰기로 하면서 느끼는 의식에 대한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이다. 표제작에서 작가는 환상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 실제와 상상,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자신의 사유를 미로처럼 펼쳐보인다. 문장의 행갈이 구조를 파괴해버리거나 하는 형식실험도 여전하다. 「순수한 불륜의 실험」은 제목 그대로 불륜을 소재로 불륜의 당사자와 관찰자의 영화 같은 대사를 통해 불륜논쟁을 벌이고 있는듯한 작품.
소설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혹은 새로운 소설적 상상력은 어떤 것일까를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이씨의 소설은 늘 실험적인 「텍스트」가 될 것 같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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