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가 공동여당 합당론에 제동을 걸었다. 박총재는 보름전부터 합당론에 회의를 제기해오다 9일 합당 반대론을 공개 피력했다.박총재는 7월에는 『제로에서 무한대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합당불가피론을 꺼낸 적이 있다. 때문에 그의 입장 선회 배경에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다.
이같은 언급은 최근 이심전심으로 합당여부를 검토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 김종필(金鍾泌)총리와도 주파수를 달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총재는 이날 마포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합당을 하지 않는다는 우리당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으며 선거제도는 반드시 중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총재는 한 발 더 나아가 『거대여당을 만들어 힘을 키워서 어쩌자는 것이냐.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새정부 출범후 줄곧 김대통령을 편들었던 박총재가 김대통령의 「거대 여당론」을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대통령은 7일 인천방송 인터뷰에서 『(합당 논의를) 연말까지 매듭지어 거대신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총리는 최근 「국가적 차원의 결정」 등의 표현으로 합당가능성을 시사해 오다 8일 총리실 출입기자들과 만나 『합당문제는 당의 의사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박총재가 합당 반대쪽으로 기울어지게 된 것은 무엇보다 영남권의 반(反)합당 기류 때문. 박총재의 핵심측근은 『자민련의 영남권 의원들뿐 아니라 박총재의 포항북구 지구당 당직자들까지 「국민회의와 합치면 안된다」고 외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 합당 논의가 DJP 두 사람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대한 서운한 감정이 묻어 있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합당이 성사된 뒤 김총리가 전면에 나설 경우 박총재의 위상이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총재 등이 참여하는 「TK신당론」이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도 이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박총재가 영남권에서도 여당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는 중선거구제 추진에 주력하기 위해 합당론 진화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당의 옥새를 쥐고 있는 박총재가 합당에 부정적 견해를 표명함으로써 자민련의 합당논의는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 같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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