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은 흔히 농사에 비유된다. 이는 자녀의 올바른 전인 교육에는 왕도가 없으며 정성을 다해 매진하는 농사꾼의 마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지만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 지는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이 점에서 인터넷무역중개업을 하는 나원형씨(39)는 사랑을 실천에 옮기는 자식 농사꾼이다.나원형씨는 벌써 몇년째 해외출장때마다 초등학생인 혜영이(10·일산 용현초등 4년)를 데려간다. 성장기에 책 한권 더 읽는 것도 좋지만 외국 문물을 접하는 것이야말로 사고의 폭을 넒히고 감성을 발달시키는 지름길이라고 믿기때문이다. 학기중이면 학교에 결석계를 내고 함께 간다.
다양한 외국문물을 접한 혜영이는 상대를 잘 이해하고 행동이 어른스러워 친구사이에도 인기가 높으며 중상위권의 학업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딸을 데려가는 것이 업무에 지장을 줄 것같지만 사실은 정반대. 올해초 홍콩에서 무역상담을 할 때 나이지긋한 영국인 바이어가 혜영이를 보더니 『손녀 생각난다』면서 흔쾌히 상품구입계약서에 서명했다.
해외출장에 가족을 동반하는 것은 샐러리맨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 그래서 나씨는 혜영이가 태어날 무렵에 아예 대기업을 그만두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인터넷 무역중개업으로 직업을 바꾸었다.
그가 이처럼 자녀교육에 정성을 쏟는 것은 자신의 어린 시절과 관련이 깊다. 외아들로 공부밖에 모르는 모범생으로 자란 그는 사회생활을 하고나서야 멋진 인생이란 좋은 학벌이나 출세가 아니라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자기 적성과 재능에 맞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임을 절감했다. 그래서 혜영이가 하고 싶은 일은 교육상 해롭지 않는 한 모두 들어주겠다고 마음먹은 것. 혜영이는 지금까지 컴퓨터, 발레, 피아노, 바이올린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고 학원에 나가거나 가정교사로부터 수업을 받았다.
혜영이의 장래 희망은 톱스타를 해본 뒤 중년이후에는 사업가로 성공하는 것. 그래서 연기 학원에 다니고 있으며 콤팩트도 사고 굽높은 운동화를 신기도 한다. 얼마전 「TV는 사랑을 싣고」에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또 올해안에 자판기 사업을 해보겠다며 모아놓은 용돈과 아버지로부터의 「대출금」으로 자판기를 구입할 생각.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어린 시절 스쳐지나가는 꿈일 수도 있지만 나씨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적극 후원하고 있다. 나씨는 혜영이를 키우며 겪는 일들을 PC통신 천리안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go father)에 「혜영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올리고 있다.
/이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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