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해로하십시오』결혼식 주례사는 한결같다. 백년해로? 그건 때로 끔찍한 주문이다. 남녀가 같이 산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결혼한 부부들은 잘 안다.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고 용서하며 살자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부가 결혼생활에 진저리를 친다. 『여자는 정말…』 『남자는 왜 그래?』 그리고 한숨.
30여 년간 인간관계 세미나를 열면서 부부들을 위한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심리학자 존 그레이는 남자와 여자가 왜 충돌하는지, 서로 사이좋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충고해주는 전문가다.
그의 비유에 따르면 남자는 화성에서,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 서로를 발견하자마자 첫 눈에 반해 지구에 와서 같이 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좋았다. 서로 다르다는 게 매력이었다. 그러다가 기억상실에 빠져 각자 다른 데서 왔다는 것을 잊어버리자 서로를 바꾸려고 애쓰게 됐다. 불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의 책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의 관계 지키기」는 투덜거리는 부부들에게사랑의 불씨를 되살리는 방법을 제시한다. 화성 남자와 금성 남자 시리즈 다섯번 째 책이다. 시리즈 첫 권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로 93년 국내 출판 이후 지금까지 13쇄를 찍으며 10만 부 이상 팔려나간 스테디셀러다.
그레이 박사의 처방은 한마디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는 의사 전달 방식이나 생각하고 느끼고 반응하고 행동하고 사랑하고 원하는 게 다르다. 그걸 인정하지 않고 뜯어 고치려고 애쓰다 보면 자연히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녀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은 대부분 한 가지 오해에서 비롯된다. 남자와 여자는 마치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것처럼 여러모로 이질적인 존재인데 우리는 서로 같으려니 착각하는 것이다. 서로의 차이에 대한 이해 없이는 사랑의 마법이 꺼지지 않도록 지키려는 우리의 모든 노력은 채 열매 맺지도 못할 것이다』
책은 남녀가 어떻게 다른지 열심히 설명한 뒤 자칫 오해하기 쉬운 신호들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반응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그의 충고를 들어보자.
『사랑이란 이름 아래 자신을 억누르거나 상대방을 바꾸려고 노력 할 때 그것은 역기능적 사랑이 된다. 상호보완적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상대를 자신과 닮은 꼴로 만들려는 생각을 벗어나게 된다』
그는 이 과정이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말한다. 오해로 무장한 채 격전 중이거나 각자 체념이라는 참호를 파고 장기전에 들어간 부부들에게 이 책은 거기에 도전해 볼 용기를 준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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