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우용(28·평창군청)은 기적을 일궈냈다. 그것도 끝이 보이지 않고 역경을 딛고 움켜쥔 금메달이어서 가슴을 뭉클한 감동을 준다.첫 출전한 자유형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 54㎏급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우용은 움막생활을 하면서 선수생활을 해온 그야말로 「헝그리 레슬러」다.
장애인이면서도 생계를 위해 막노동을 해오던 아버지 김정식(63)씨는 수년전부터 몸이 불편해 쉬고 있고 어머니 권점순(55)씨도 2년전 중풍으로 쓰러져 김우용이 가족의 생계와 병수발을 동시에 책임지고 있다.
김우용의 소원은 사글세방이라도 안심하고 부모를 모시면서 사는 것. 지금까지 평창군의 폐가나 움막을 전전하면서 살아왔는데 집주인이 나타나 집을 비워달라고 요청, 불안한 마음으로 훈련을 해왔다.
더구나 포항에 살고 있는 형이 최근 빚보증을 잘못서는 바람에 얼마되지 않는 저축액도 날려버렸고 한달 80여만원의 박봉을 쪼개 형까지 돕고 있다.
평창중에 입학하면서 이건환(현 평창군청감독) 당시 감독의 눈에 띄어 레슬링을 시작한 김우용은 평창고-용인대-평창군청을 거치면서도 정순원(삼성생명) 문명석(주택공사) 등에 밀려 국가대표는 꿈도 꾸지 못했다.
지금까지 상비군자격으로 참가, 캐나다컵에서 2위한 것이 내세울만한 국제경기 입상경험의 전부다.
그러나 김우용은 세계최고가 돼 부모를 편히 모시겠다는 일념으로 매트와 씨름, 지난해 7월 태극마크를 달았고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김우용은 1회전서 마미로프 마우헨(카자흐스탄)에게 3-7 판정패, 예선탈락위기에 몰렸으나 3회전서 우승후보 나미그 이브두라에프(아제르바이잔)를 테크니컬 폴로 누르는 바람에 기사회생, 예선 2위로 본선에 진출한 뒤 승승장구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레슬링협회 차명석사무국장은 『자유형종목은 경쟁력이 없어 올해 해외전훈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박대를 받은 게 사실』이라며 『병수발들어줄 사람이 없는 부모가 걱정돼 마음고생을 해온 김우용이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을 획득, 자랑스럽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6년만에 대회 첫 금메달, 한국 4체급 올림픽티켓
김우용(28.평창군청)이 '99자유형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 출전한 `노장' 김우용은 10일 오전(한국시간)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54㎏급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아키로프를 태클과 하체굴리기 등 다양한 기술로 공략해 4-0으로 승리, 한국에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고 선수단이 알려왔다.
한국이 자유형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93년 박장순(현 대표팀코치)이후 6년만이며 장창선(66년), 김종신(89년), 박장순에 이어 역대 4번째다.
후반시작과 동시에 태클로 1점을 얻은 김우용은 하체돌리기로 2점을 보탰고 아키로프의 반칙으로 1점을 더해 완승했다.
그러나 '98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장재성(24.주택공사)은 63㎏급 결승에서 테네프 엘브루스(우크라이나)와 연장전까지 치르며 분전했으나 1-3으로 패배,은메달에 그쳤다.
한편 '96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양현모(28.태광실업)는 16강전에서 아기에프 마메드(아르메니아)를 4-3으로 이기고 8강에 진출, 시드니올림픽출전권을 확보한 채 11일 러시아의 마고베도프와 대결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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