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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열전](7) 이상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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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열전](7) 이상벽

입력
1999.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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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 장맛의 구수하고 편안한 「아줌마 당 당수」올 1월 주부들의 속내를 시원하게 긁어주던 「아침마당」 진행에서 그가 빠졌을때 KBS 전화통에 불이 붙었다. 『왜 그만뒀어요?』 『혹시 병이라도?』 이 남자를 애타게 찾는 아줌마들의 목소리들이 줄을 이었다.

구수하고 편안한 남자, 「아줌마당」 당수로 통하는 입담 좋은 이웃집 아저씨 이상벽(52). 7년 동안 마이크는 「정담」을 싣고 주부들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그는 『잘나지도 튀지도 않지만, 시청자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얼굴이 편안하게 느껴진 모양』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자칭 평범한 외모의 50대 이 남자. 그러나 그에게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매력이 숨어있다.

시골장터 같은 「아침마당」에서는 서민들의 구구한 애환을 이심전심의 심정으로 실어날라 주부들의 가슴을 적셨다. 현재 진행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인 「TV는 사랑을 싣고」에서는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아련한 추억의 정감을 불어넣고 있다. 똑같은 말이라도 그의 혀를 통해 나오면, 푸근한 정(情)이 느껴지는 것이다.

『한국어는 속 정이 담긴 언어』라는 게 우리말에 대한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백화점 점원이 고객들에게 하는 「어서오십쇼」 류의 겉만 싹싹한 말들은 「왜색풍」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은은하게 배어나는 뚝배기 장맛을 아는 이답다.

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인 생방송을 7년 동안 안전하게 이끌어온 탁월한 모범운전사다. 재기 번뜩이는 진행 솜씨, 맥을 짚을 줄 아는 MC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

94년 「매맞은 아내」를 다룬 「아침마당」 특집방송이었다. 변호사인 남편에 시달려온 아내가 출연해 사연을 털어놓을 때, 남편이 느닷없이 스튜디오로 들이닥쳤다. 생방송 상황에서 그는 『그쪽에도 말할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앉을 용의가 있나요?』라며 침착하게 남편을 카메라 앞에 앉혔다. 오히려 그것이 폭력남편의 터무니없는 논리를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방송은 무사히 끝났다. 그의 영원한 파트너 정은아씨는 『어떤 곤란한 상황도 이상벽씨만 있으면 물 흐르듯 막힘없이 넘어간다』고 평했다.

이런 그의 능력으로 「아침마당」은 2.5%의 시청률에서 한때 아침 프로그램중 최고 시청률인 27%를 기록하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TV는 사랑을 싣고」도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KBS 간판 장수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그는 방송가에서 「시청률의 마법사」로 통한다.

유일무이한 서민형 MC 이상벽. 그의 오늘은 또한 평범하지 않은 이력이 밑바탕이 되었다.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ROTC 장교 출신이고, 10년 동안 연예기자 생활을 했다. 연예기자가 10여명 안팎이던 70년대 당시 그는 필명을 날린 유명한 기자였다. 이런 전력이 오히려 MC라는 천직의 소임을 위한 거름이 되었다고 말한다.

7년 생방송, 17년 방송인생 동안 큰 방송사고 한 번 내지 않았고, 지금도 집에 수영복이 없을 만큼 방송에 매달려왔던 것은 방송에 대한 한결같은 열정 때문이었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넘긴 그는 이제 인생을 한번쯤 되돌아 볼 시간을 갖기를 원한다. 「아침마당」 이후 잠시 맡아왔던 아침 생방송 「행복채널」도 9일 끝을 맺어 당분간 일일 생방송은 쉬기로 했다. 그간 소원하게 지냈던 사람들을 만나고 강의도 다니는 등 내부 충전을 통해 내실을 다질 생각이다.

올 상반기 모교인 홍익대에서 「언어학」 강의를 맡으며 대학강단에 처음 서 본 그는 이제 차분히 자료들을 정리해 「MC론」을 체계적으로 다듬어보고 싶다고 한다. MC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숨쉰다.

82년 이상벽의 연예가산책(KBS 라디오·8년 진행)

87년 주부가요열창(MBC TV·3년 진행)

90년 정오의 희망곡(MBC 라디오)

91년 신혼은 아름다워(KBS 2TV)

92년 아침마당(KBS 1TV·7년 진행)

94년 TV는 사랑을 싣고(진행중)

99년 행복채널(KBS 2TV)

수상: 98년 한국방송대상 진행자 부문

97년 한국프로듀서 연합회 진행자 부문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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