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맞을 때마다 혼탁해져 가는 우리 말과 글의 쓰임에 대한 반성이 제기돼 왔다. 급격한 세계화 경향 속에 한글과 외국어·외래어가 뒤섞이는 언어적 혼탁은 피할 수 없는 추세이며, 지나치게 국수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현명한 길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그러나 경제문화활동이 국제화하고 컴퓨터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많은 전문용어가 외국어 그대로 남용되고 있고, 젊은이 사이에는 기이한 어법의 말 줄이기와 신조어까지 남발되어 갈수록 언어적 혼탁을 더해 주고 있다. 또한 한국어와 함께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영어공용화」 주장까지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의미에서 553돌 한글날에 맞춰 정부에서 최초로 직접 「표준국어대사전」을 펴낸 것은 의미가 있다. 국립국어연구원이 8년 동안 500여명의 국어국문학자를 참여시켜 펴낸 이 사전은 우리말 사상 가장 방대한 분량이다. 50만개가 넘는 풍부한 우리 말과 그 정확한 의미를 찾아내고 예문을 소개한 이 사전이 우리의 말과 글을 아름답게 가꾸는데 기여하기 바란다.
무분별한 외국어·외래어 남발과 함께 우리 민족의 고민은 남북한의 언어적 간극이다. 이 사전은 92년 북한에서 간행된 「조선말대사전」을 참고하여 북한어를 대폭 수록했다고 한다. 민족의 언어적 동질성을 회복하고 통일에 대비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다만 국민적 보급을 위해 값은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사전 발간이 메마르고 거칠어져 가는 우리 언어를 맑게 정화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리하여 외국어의 범람 속에 우리 말의 국제적 언어 경쟁력을 높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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