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한했을 때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하나로 눈길을 끌었던 것이 국군전통의장대의 한국무예시범이었다. 고구려인의 전통 의상을 입은 수련자들이 우렁찬 기합과 함께 검과 창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장면은 매스컴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 우리의 고유 무예를 알렸다. 흔히 「경당」으로 알려진 「24반무예 경당」이다. 국군전통의장대는 경당이 우리민족무예를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다고 판단해 시범 종목으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경당의 창시자는 서울 상대출신으로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20여년간 수감생활을 했던 임동규(64)씨. 수감생활중 조선시대 24가지 무예를 집대성한 「무예도보통지」를 우연히 보고 빠져든 그는 책속의 무예를 스스로 익혀 91년 처음 도장을 열었다. 대중화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않아 전국의 경당 수련원 숫자는 광주 본원을 포함해 20여곳.
경당은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무예 동작들을 가능한 원전에 충실해 연마하고 있다. 창이나 맨손으로 하는 무예, 활쏘기, 마상무예 등이 있지만 검술을 주로 한다. 표준으로 채택된 검의 길이는 131㎝로 다른 검도 단체들이 대중화를 위해 검 길이를 1m이하로 줄인 것과 대조적. 사범 단계에 이르면 길이가 6m나 되는 죽장창을 쓰기도 한다.
강경용 경당 전국담당대표(40)는 『수련자가 길이가 긴 검과 창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힘만으로는 안되고 충분한 수련을 통해 온 몸에 기(氣)가 넘쳐야 한다. 검을 쓰기전의 준비 단계인 예도 24세 등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정신을 맑게 한다』고 말했다.
대학 재학시절 경당을 알게 돼 지금은 몇 안되는 여자 사범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민영씨(32)는 『전체 자세와 동작이 1,000가지가 넘어서 배우기가 힘들었지만 끈기있게 수련하다보니 그만큼 「득도」의 기쁨이 컸다. 특히 옛 것에 충실하기때문에 동작 하나하나를 배우면서 조상의 지혜와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털어놓는다.
강경용대표는 『요즘 무예계에 인스턴트 수련법이 유행하고 있지만 무예로서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연사, 수사, 범사 세가지 뿐인 품계를 세분화하는 등 무예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대중화를 위한 방안을 연구중』이라고 말했다. (02)493-1952.
이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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