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아시아기록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자왕」 이승엽(삼성)은 시즌 54호홈런으로 한국프로야구사에 길이 빛날 신기원을 이룩했다.프로 5년, 23세의 이승엽은 프로야구 18년동안 누구도 이룩하지 못한 시즌 54호로 국민적 영웅이 됐으며 박찬호 등 해외파선수들에 묻혀 침체해가던 프로야구에 새바람을 불어넣으며 이승엽신드롬을 낳았다.
이승엽은 7일 대구에서 벌어진 한화와의 피날레 경기에서 시즌 55호홈런을 터뜨리는데 실패했다. 경기전 『오늘 홈런을 치지 못하면 평생 후회가 될 것 같다』며 아시아타이기록 달성에 대한 결의를 불태웠지만 그토록 가깝고 낮아보였던 대구담장은 이날 만큼은 멀고 높았다.
1만3,000여 대구관중의 뜨거운 『홈런』함성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1회 첫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한화 김경원을 상대로 무려 5개의 파울볼을 쳐내는 등 강한 열의를 보였지만 10구까지 가는 투·타대결끝에 볼넷을 얻었다.
3회 두번째 타석은 사자왕이 평생 잊지못할 타석이 될 정도로 통한의 순간. 4개의 파울볼을 쳐내며 8구까지 가는 투·타대결이 계속됐고 볼카운트 2-3에서 김경원은 가운데로 쏠리는 낙차 큰 커브를 던졌다.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스윙에 공은 정확히 배트중심에 맞아 큰 포물선을 그리며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듯 했다. 타구를 쫓아가던 한화 중견수 데이비스는 담장가까이에서 점프를 하며 무심코 손을 하늘로 내밀었고 공은 글로브속으로 빨려들어갔다.
30㎝만 높게 날아갔어도 대망의 55호가 터질수 있었건만 하늘은 역사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승엽은 5회 3번째 타석 우전안타, 7회 4번째 타석 데드볼, 2루수 플라이를 기록했다.
이승엽은 이로써 132경기동안 무려 54개의 홈런을 때려내 우즈가 가진 한국기록(42호)을 12개나 넘어섰다. 일본프로야구 왕정치(당시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64년 달성한 아시아기록인 55호홈런에는 1개 모자란다. 하지만 당시 왕정치는 140경기로 게임당 홈런수는 오히려 이승엽이 앞선다.
이승엽은 이날 볼넷과 데드볼을 각각 1개씩 추가, 92년 김기태(당시 쌍방울)가 얻었던 시즌최다 사사구기록인 122개를 넘어서는 시즌 124개를 기록했다.
한편 삼성은 5회 김기태의 3점홈런과 7회 스미스의 3점홈런으로 한화에 6-3으로 역전승을 거두며 1게임차로 한화를 제치고 매직리그 1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쳤다.
○…이날 대구구장은 7회말 이승엽이 4번째 타석에서 데드볼로 진루하자 흥분한 1만3,000여관중이 물병 등을 집어던지며 항의, 10여분간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5회 한화 두번째 투수로 등판한 송진우가 초구 몸쪽공을 던진 것이 이승엽의 허벅지를 맞춘 것. 흥분한 관중들은 『조내라(끄집어내라)』를 외치며 견제투구에 거센 항의를 했다. 그러나 10여분뒤 주심은 경기를 속행시켰으나 한화 이희수감독이 부상을 우려, 선수들을 불러들이면서 관중이 물병을 다시 집어던지는 소동이 일어났고 덕아웃에서 다시 그라운드로 들어선 한화 외야수들은 모두 헬멧을 쓰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대구=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