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에서 6일 반독립파 민병대와 국제동티모르파견군(INTERFET)간의 첫 교전으로 사상자가 발생함에 따라 「제2의 베트남전」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동·서 티모르 접경지대에서 대치한 다국적군과 민병대의 충돌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드러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감돌고 있다.피터 코스그로브 다국적군 사령관은 민병대의 이날 공격을 「매복에 의한 은밀한 공격」으로 규정, 민병대의 게릴라전이 시작됐음을 밝혔다. 이날 교전은 민병대가 인도네시아 통치의 서티모르로부터 15㎞ 떨어진 수아이 마을에서 작전중이던 호주군에 발포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오전에도 민병대원들은 차에 탄채 다국적군이 수아이 마을 도로에 설치한 장애물을 뚫고 지나가려다 다국적군의 총격을 받고 체포됐다.
양측의 충돌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호주를 주축으로 한 다국적군이 지난달 20일 동티모르에 도착할때부터 민병대의 공격위협이 시작됐다. 특히 지난주 동티모르 북서부의 발리오에 호주군 1,000여명이 진주, 동·서 티모르 접경지대를 따라 민병대의 무장해제와 치안유지 작전을 펼치면서 민병대의 위협은 더욱 고조됐다. 서티모르 아탐부아에 근거지를 둔 민병대 지도자 자오 다실바 타바레스는 『다국적군을 공격할 민병대 1만2,000여명을 동원할 수 있다』며 『동티모르 주요 도시 6개를 장악해 거점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와 함께 1,000여명의 민병대에게 접경지대로 이동,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예견됐던 충돌에 대해 다국적군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작전수행 속도가 느릴뿐아니라 모든 민병대의 무장해제를 위해 협상카드도 준비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사실 민병대의 무장해제를 최우선 임무로 여긴 다국적군은 곳곳에서 친독립파 민병대와도 마찰을 빚어 구릉지대로 대피해 있는 난민의 안전한 귀가를 신속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교전으로 반독립파 민병대를 사실상 지원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도 비난의 화살을 면치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서방국은 최근 인도네시아 군지도자에게 『서티모르로부터 민병대의 공격이 있을 경우 이는 모두 인도네시아측의 책임』 이라고 거듭 경고해왔다.
한편 인도네시아 의회인 국민협의회(MPR) 아미엔 라이스 의장은 『모든 정파가 지난 8월의 동티모르 독립 찬반 투표 결과를 승인하기로 합의했다』며 『동티모르는 더이상 인도네시아 영토가 아니다』 라고 밝혔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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