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의 일이다. 냉전과 중동테러가 기승을 부릴 때여서 그런지 개막 몇 달 전부터 올림픽경기의 안전문제가 호들갑스러울만큼 매스컴의 조명을 받았다. 그중 인상에 남는 것이 UCLA의 실험용 원자로의 안전문제 논쟁이었다. 이 대학 기숙사가 선수촌이기도 하지만 테러범이 원자로를 손댈 때 LA가 쑥밭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학과 보안관계자들이 가상 시나리오를 짜 놓고 훈련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핵폭탄을 처음 만들고 원자력을 가장 폭넓게 활용하고 있는 미국이지만 78년 스리마일 아일랜드사고 이후 미국의 핵안전 의식은 한층 까다로워졌다. 80년대 중반 미서북부 사막에 있는 핵폐기물 영구처리 시험장을 취재한 적이 있다. 지하 1,000여㎙의 현무암반 속에 플루토늄을 포함한 고준위 방사능물질을 납봉하여 넣었을 때 500년간 지진과 풍화에 새지 않을 뿐 아니라 두께 1,000㎙의 빙하가 휩쓸고 지나가도 안전하도록 설계를 요구한다는 하청업체 관계자의 설명에 혀를 찬 적이 있다.
■지난 5일자 한국일보 사회면에 보도된 서울대 관악캠퍼스의 방사능 관리실태를 보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개봉상태의 방사능 물질을 다루는 실험실이 70여곳이나 된다는데, 허용표면 오염도를 초과한 곳이 11곳이고, 관리책임자가 공백상태이고, 10일마다 하도록 된 방사능오염검사도 규정대로 이뤄지지 않고, 허가받지 않은 실험실에서 방사능물질을 무단사용한다고 한다. 보도된 내용중 일부만이 사실이라도 가당찮은 일이 서울대 실험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원자핵 공학과 실험실 폭발사고가 왜 일어났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이런 일이 결코 서울대의 실험실에만 한정된 일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이렇게 공부한 사람들이 사회에 나가 핵발전소나 방사능연구소의 요직을 맡고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등골에 땀이 솟을 일이다. 방사능의 안전관리는 대학에서부터 새로 출발해야 한다. 이것은 대학 학내문제가 아니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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