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맥에게 배워라」한국의 홈런왕 이승엽(삼성·23)과 미 메이저리그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36)의 차이는 뭘까. 한국과 미국의 홈런레이스가 종착역에 다다른 지금 두 홈런왕사이에는 두드러진 간격을 발견하게 된다.
맥과이어를 보자. 맥과이어는 지난해 9월8일 37년 묵은 홈런기록인 로저 매리스의 시즌 61호홈런과 타이를 이루고 다음날 62호로 곧장 신기록 레이스에 돌입했다.
지난해와 올해 소사와의 홈런레이스에서 그는 전혀 냉정을 잃지 않고 놀라울정도로 페이스를 유지하며 홈런왕 2연패(連覇)를 달성했다.
이승엽은 항상 고비마다 헤맨다. 한국신기록(43호) 작성과 50호홈런 기록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시아신기록을 눈앞에 두고도 담장만 바라보고 있다.
이승엽이 이 3번의 고비만 순조롭게 넘겼다면 아시아 홈런왕을 넘어 프로야구 신기원을 이룩하는 60호홈런도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승엽은 고비마다 타격자세가 흐트러졌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조급함이 앞서 마음을 비우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우즈(두산)와의 홈런경쟁 때는 제풀에 지쳐 막판 8, 9, 10월동안 5개밖에 때리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이승엽과 맥과이어의 중요한 차이점은 바로 뒷심. 맥과이어가 중반이후 강한 반면 이승엽은 정반대다.
이승엽은 중반까지 때린 월평균 홈런의 평균만 유지했어도 이미 아시아기록을 넘었을 것이다. 이승엽의 후반부진은 상대투수의 집중견제와 주위의 지나친 관심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후반 연속부진을 겪은데는 오히려 심리적 측면이 강하다.
시즌 54호를 때린 이승엽과 시즌 65호를 때린 맥과이어는 각각 2.45게임당 1개, 2.47게임당 1개꼴로 홈런을 때려내 이승엽이 결코 맥과이어에 밀리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여름이후인 8, 9월. 항상 꼬리를 내린다. 올해는 후반 두달간 5개, 지난해는 후반 석달간 5개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진했다.
메이저리그 13년경력을 자랑하는 관록과 파워의 맥과이어를 23세의 프로 5년생 이승엽이 당장 극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맥과이어는 이승엽이 고비와 중반에 강한 근성을 길러야만 위대한 홈런왕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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