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관악구 인문계 A고등학교 3교시 1학년 교실. 정원 49명중 20여명은 수업에 아랑곳않고 「보란듯이」 엎드려 자고 있다. 수업이 15분정도 진행되자 한 남학생이 벌떡 일어나 아무말없이 교실을 빠져나갔다. 교사는 무기력하게 바라볼 뿐이다. 깨어있는 20여명도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는 데 정신이 팔려있다.올해부터 고등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수행평가」가 앞뒤 사정을 재지않고 시행돼 이처럼 교육현장을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 학습과제를 다양화시켜 개개 학생의 자질을 절대평가로 계량화하고 창의적인 인재로 키워 보자는 「열린 교육」이 전혀 취지를 못살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교육부와 학교가 열린 교육과 수행평가를 실현할 만한 프로그램 개발도 없이 이전과 다름없는 수업방법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주입식교육에 익숙해진 고등학생들이 열린 교육으로 인한 갑작스런 자율을 방종으로 표출하고 있다.
더구나 대부분 학교는 여전히 규정 과목 성적을 우선시하며 동시에 학생들을 절대평가하다 보니 전체 평균 올리기에 급급, 시험을 쉽게만 출제하고 있다. 시험이 쉬워지자 학생들은 수업을 우습게 여기고 심지어 교사와 학교까지 무시하는 일도 벌어진다.
강동구 E고등학교에서는 1학년 한 학급 분위기가 너무 산만하다고 교장이 담임교사를 징계하자 상당수 교사가 『요즘 1학년 교실 사정을 너무 모르고 내린 조치』라며 항의해, 주의를 주는 선에서 무마하기도 했다. 또 관악구 C고등학교에선 올해 4명의 교사가 명예퇴직했는데 퇴직이유중의 하나로 『표변한 학생들을 보며 교직에 회의를 느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악구 E고등학교 T모 교사는 『학생수가 50명이나 되는 현실에서 학생 개인차를 키워주는 교육은 불가능하다』며 『열린 교육을 어려서부터 받은 초등·중학생과 달리, 고1과 얼치기 열린 교육을 구경한 고2·3들이 무절제만을 몸에 익히게 될 우려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학교현실이 이렇자 상위권 학생들은 학원 등 사교육기관에 더 의존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구조조정으로 인원이 줄어 현장에는 나가 보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으며 『고 1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단순주입식교육을 받은 세대라 열린 교육과 수행평가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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