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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재륜 판결'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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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재륜 판결'이 주는 교훈

입력
1999.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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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파동」을 일으킨 심재륜 전 대구고검장을 징계면직한 것은 잘못이라는 법원판결이 나왔다. 올초 검찰조직을 뒤흔들며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을 여론은 벌써 잊고 있었지만, 검찰과 정부가 심 전고검장을 위법·부당하게 면직했다는 법원의 판단은 사회전체에 결코 가볍지 않은 교훈을 준다.법원은 심재륜 전 고검장이 청구한 면직처분 취소와 복직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복직할 자리가 없고, 검찰의 조직안정에 장애가 될 것이란 청구를 기각한 주된 이유다. 서울 행정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최종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불명예 퇴진한 심 전고검장의 명예를 회복시켜준 것인 동시에 검찰사상 전례없는 항명파동에 검찰과 정부가 그릇 대응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심 전고검장은 비록 대전 법조비리에 일부 연루됐으나, 그 정도가 가볍고 특히 검사로서 쌓은 공적과 그에 대한 평소 평판을 고려할 때 중징계 대상은 아니란 지적이 많았다. 이때문에 그가 거꾸로 검찰 수뇌부를 정치검사로 규정, 동반퇴진을 요구한데 동조하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여기에 검찰과 정부는 기강확립을 내세워 강경책을 택했으나, 곧이어 옷로비와 파업유도 사건 등으로 검찰과 정부의 도덕성이 오히려 위기에 처했었다.

이런 경위를 돌이켜 볼 때, 이번 판결은 권력의 정치적 선택이 흔히 빠지는 과오는 물론 사회 여론이 쉽게 저지르는 「마녀사냥」의 위험을 일깨운다. 「심재륜 파동」 당시 주변정황에 익숙한 법조계 안팎에서도 이런 정황을 모른 체하고 법조비리 척결을 앞세워 심 전고검장을 일방적으로 매도한 것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개혁은 분명 고상한 목표지만, 상식과 순리를 벗어나서는 더 큰 모순을 낳을 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에 이기적 고려가 담긴다면 진정한 개혁은 기대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은 이런 점에서 값진 교훈을 담고 있지만, 아쉬운 것은 복직청구 자체를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기각한 것이다. 행정법원은 심 전고검장이 복직할 경우 후배 검찰총장의 명령을 받아야 하고, 이는 검찰조직의 안정을 해쳐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같은 「사정(事情)판결」은 토지와 건축물, 도시계획 등이 관련돼 판결에 따른 현상변경이 불가능하거나, 변경에 따라 공공이익에 미치는 손실이 더 클 때 극히 예외적으로 내린다. 절대적일 수 없는 검찰의 관행을 지키는 것 등이 공공복리에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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