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3시 여의도 MBC 사옥. 젊은 남녀 20여명이 정문에서 원서를 받는다. 이들을 에워싸는 스튜디오 사진사들. 『우리 스튜디오로 오세요. 원서에 붙일 사진을 기가 막히게 찍어드립니다』 9월 17일부터 지난 3일까지 MBC 정문 앞에서 벌어진 한결같은 풍경이었다.내일의 「최진실」 「채시라」 「최수종」 「차인표」 를 꿈꾸며 탤런트 모집 시험 원서를 받아가는 사람들이다.
내일의 스타를 꿈꾸며
탤런트로 가는 지름길 중 하나가 각 방송사가 실시하는 탤런트 공모시험. 90년대 들어 대중문화 스타가 되려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들어 탤런트 시험 응시자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3일까지 접수를 마친 MBC 탤런트 모집에는 4,000여명이 접수했다. 이중 20명 정도를 뽑는다. 경쟁률이 200대 1에 이른다. 접수생의 80%가 대학생 아니면 대졸자로 고학력이고 연극영화학과 뿐만 아니라 의대, 법대생들 전공도 갖가지다. 소위 명문대학 출신들도 많다. 응시생 중 상당수는 한두번은 시험을 본 사람들. 현재 탤런트로 활동하는 박모(여·26)씨는 10여 차례 낙방 끝에 합격했다.
탤런트 시험은 어떻게
1차는 서류전형. 경력사항과 사진을 본다. 드라마국 PD들이 맡아 지원자 중 500~800명을 뽑는다. 이중 PD와 책임연출자(CP)들이 개인면접과 간단한 실기 테스트를 통해 2차에서 150여명을 선발한다.
최종적으로 CP와 국장단 10여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상황과 대사를 주고 연기력을 파악하는 실기시험과 장기자랑, 카메라 테스트, 스피치 능력시험등을 통해 20명 정도를 선발한다. MBC 이은규 CP의 설명. 『시험에서 여자와 남자에 대한 평가의 가중치가 좀 다르다. 여자의 경우 용모 60% 연기력 40% 정도를 보고 남자는 그 반대다』 여자는 용모 위주, 남자는 연기력 위주인 것이다.
천태만상 시험장
탤런트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응시생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일부러 늦게 시험장에 도착해 깜짝쇼를 연출하며 임기응변이 강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속임수형. 10여개 가발을 준비해 자유 연기시험에서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소도구 준비형. 연극이나 영화경력을 내세워 뽑아달라는 경력자랑형. 정말 잘 할 수 있다고 눈물로 호소하는 읍소형. 무술연기 시험 등에서 부상을 마다하고 몸을 던지는 감투형 등등….
접수 현장에서 만난 김지현(21·J대 연극영화과)씨는 『탤런트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연기학원도 다녔고 재즈발레를 따로 배웠다. 2년째 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그렇지 않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탤런트 시험이 있기 며칠전부터 드라마국은 몸살을 앓았다. 각계에서 청탁전화와 방문이 쇄도했기 때문.
스타의 꿈은 멀다
과연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탤런트가 되면 스타가 되는 것일까? 전혀 아니다. 한 기수에 한 명의 유명 탤런트가 나오기도 힘들다는 게 방송가 PD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보통 6~12개월 연기 연수가 끝나면 능력에 따라 캐스팅되는데 단역조차 맡지 못하고 사라져간 탤런트가 부지기수다.
KBS 윤흥식주간은 『탤런트를 꿈꾸는 사람중 일부가 탤런트의 화려한 외양과 고수입만 생각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탤런트 중에도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의 끼와 적성 등을 냉정하게 파악해 연예계로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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