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숫자나 세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무례한 질문을 퍼부어대는 현재의 재난보도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캐나다 칼튼대 언론대학원 조셉 스캔런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재난보도의 문제점과 대책」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새로운 재난기사작성법을 제안했다.
스캔런 교수는 기자가 현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할 일로 돼있는 희생자 숫자 파악과 나이 주소 직업 등 희생자 신원파악은 재난보도에서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일로 보았다. 그는 지난해 1월 캐나다와 미국 북동부지역에 불어닥친 얼음폭풍을 예로 들면서 『당시 사람들의 관심은 몇명이 죽었는가가 아니고 재난으로 인해 공동체의 생활이 얼마나 위협받았는가였다』고 말했다.
더구나 열차전복이나 항공기추락같은 「사고」는 지역이 한정돼 있고 소방서와 경찰같은 공식기관이 희생자를 구조하지만 홍수나 폭풍같은 「재난」은 발생범위가 넓고 생존자들이 직접 사망자나 부상자를 이끌고 병원응급실로 오기 때문에 희생자 숫자와 신원파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독자들의 흥미를 위해 절망에 빠져있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질문을 해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다른 언론이 실패한 희생자 가족과의 인터뷰에 성공한 경우 이를 높이 평가하는 언론사의 풍토는 잘못됐다는 스캔런 교수는 『희생자 가족과의 인터뷰는 극히 자제돼야 하며 하더라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캔런 교수는 재난시 언론의 올바른 역할로 효율적인 재난교육과 효과적인경고의 전파를 꼽았다. 대부분의 통신시설이 두절된 가운데 재난에 대처하기 위한 초보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도 없는 상황에서 언론이 이같은 임무를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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