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밟아야…』 영국의 존 메이저 전 총리와 독일의 오스카 라퐁텐 전 사민당 당수가 각각 전·후임자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메이저 전총리는 11일 출간되는 회고록에서 영국을 11년 6개월간 통치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여사를 『유럽에 대해 거의 정신분열적 태도를 지닌 독재자』로 평했다고 영국의 주간 선데이 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그는 『대처가 외부에는 확신에 찬 이미지로 비쳐 졌지만 수시로 변덕을 부려 각료들에게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을 맛보게 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대처 여사가 『결코 독일인들을 신뢰하지 말라』면서 자신이 총리를 맡던 90~97년에도 유럽통합 문제에 대해 불평을 해 대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다고 회고했다.
「대처의 황태자」로 불리며 대처의 두터운 후원아래 총리직을 넘겨받은 메이저의 이런 비판은 일종의 보복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 대처가 앞서 회고록을 통해 메이저를 「머리만 좋은 하찮은 인간」 등으로 혹평했기 때문이다. 대처는 후계자로 지명한 메이저가 자신의 정책을 변경하며 집권당 분열과 경기후퇴를 자초했다고 간주, 강한 배신감을 갖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라퐁텐의 비판도 만만찮다. 그 역시 13일 출간예정인 회고록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유권자를 배신했으며 공정함과 진실성이 결여됐다』고 맹공했다. 사민당이 좀 더 많은 사회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공약으로 집권에 성공했으나 슈뢰더가 반근로자적인 「신(新)중도」를 표방, 정치기반을 잃고 있다는 게 비난의 골자다. 현재 슈뢰더는 사민당이 지난달 5개 지방선거에서 연속 참패하는 바람에 궁지에 몰리고 있는 상태. DPA통신은 라퐁텐이 최근 선거참패와 관련해 슈뢰더를 공객적으로 비난했으며, 12월 당 전당대회에서 두 사람의 공개적인 당권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보면 이번 비판은 다분히 전략적인 것이다.
한편 이같은 비난소동과는 별개로 대처 여사는 이날 토니 블레어 총리를 겨냥, 『블레어는 보수당, 아니 영국자체를 끝내려 하고 있다』면서 그를 「전제주의적 경향이 있는 인물」로 지적했다고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4일 보도했다.
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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