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는 국경이 없다고들 하지만 외국어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같은 이야기일뿐이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외국 네티즌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길은 없을까? 네티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었을 이같은 일을 현실화한 프로그램이 개발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번역소프트웨어 개발 전문업체인 ㈜유니소프트(대표 조용범)가 최근 선보인 한국어와 일본어간 쌍방향 동시통역 프로그램 「트랜스바벨」이 그것.
그동안 일방향 번역 프로그램은 여럿 있었지만 한국어→일본어, 일본어→한국어 쌍방향 번역을 동시에 구현한 것은 트랜스 바벨이 최초다. 번역 속도도 빨라 단순히 문자 번역에 그치지 않고 실시간(Real Time) 통역이 가능하다는 점도 획기적이다. 또 총 90만 단어를 수록, 문어체는 물론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구어체 표현까지 막힘없이 번역해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하면 상대국 언어를 전혀 모르는 한국인과 일본인들도 자유롭게 인터넷 채팅을 즐길 수 있다. 이를 한단계 발전시킬 경우 한·일 양국을 대상으로 한 포털사이트 운영도 가능하다. 이밖에 기업과 소비자, 기업과 기업간 전자상거래망 구축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조사장은 『인터넷상에서 양국간 언어장벽을 완전히 해소한 트랜스바벨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며 『특히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와 일본문화 개방을 계기로 양국간 문화교류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직원 11명에 불과한 벤처기업이 이처럼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번역프로그램 개발이라는 「한 우물」을 파온 결과다. 유니소프트는 95년 일_한 문서번역 프로그램 「오경박사」, 96년 인터넷 전용 일_한 번역프로그램 「바벨」을 잇따라 개발하면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다져왔다.
벤처기업으로는 드물게 산학(産學) 기술협력에 눈을 돌리는 것도 큰 보탬이 됐다. 일본어→한국어 번역에 비해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한국어→일본어 번역 부분을 포항공대 자연언어처리팀(지도교수 이종혁)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함으로써 트랜스바벨이 탄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니소프트는 현재 이교수팀과 함께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한국어_중국어 쌍방향 번역프로그램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5년까지는 한국어_영어 번역프로그램도 내놓을 계획이다.
유니소프트는 당초 트랜스바벨을 활용, 직접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 컨텐트 구성과 각종 부대사업 아이템 검토를 끝내고 일본 비즈니스 파트너 선정 작업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최근 계획을 바꿔 국내 인터넷 업체에 기술을 팔기로 결정하고, 업체 2곳과 협상을 진행중이다. 독자적인 사이트 운영에 매달릴 경우 기술개발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조사장은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네티즌들도 「국경없는 인터넷」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우리의 꿈』이라면서 『그날까지 한눈 팔지 않고 기술 개발에만 전념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032)429_0775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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