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 금호그룹 주가조작 등으로 국회 정무위 국감의 증인으로 채택된 재벌그룹 「회장님」들이 줄줄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 국회 국감활동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주가조작사건 관련 증인인 현대그룹 정몽헌(鄭夢憲)회장과 합병비리의혹 관련 증인인 두산그룹 박용오(朴容旿)회장이 한결같이 내세운 불출석 이유는 해외출장.정회장측은 정무위 김중위(金重緯)위원장 앞으로 보낸 불출석 사유서에서 『증인출석 예정일인 7일 싱가포르 국가 개발성 장관과 면담일정이 잡혀 있다』고 이유를 댔다. 정회장측은 7일 뿐만아니라 7일을 전후한 20여일간의 해외출장 일정을 빼곡히 보내와 급조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우려는 듯 했다. 박회장측은 한술 더 떠 공식 일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지도 않은 채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ASEM)산하 아시아·유럽 비지니스포럼(ADBF) 관련 일로 10월3일부터 20여일간 독일 베를린에 머물면서 관련인사 접촉, 언론 인터뷰등을 해야 한다』고 불출석 이유를 설명했다. 금호그룹 주가조작사건 관련으로 증인으로 채택된 금호그룹 금호석유화학의 박찬구(朴贊求)사장의 불출석 사유서도 「고자세」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박사장측은 불출석 이유에 대해 『9월26일부터 한달여간 일본 미국 캐나다 영국 런던 등에 머물 것』이라면서 『출석 예정일인 7일엔 캐나다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경제를 위기에 몰아넣다 시피한 삼부파이낸스의 정해석사장은 본인 명의도 아닌 회사 비상대책위 명의의 편지를 보내왔다. 그가 내세운 이유는 『국감활동에서 문제가 크게 다뤄지면 오히려 회사를 복구하는 데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같은 고압적인 불출석 이유에 대해 국회 정무위는 모두 『이유없다』고 보고 발빠르게 30일 김위원장 명의의 경고서한을 보냈다. 동행명령조치를 취하거나 불출석시 고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정무위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선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회장 등의 증인채택 불발과정에서 불거진 「로비의혹」을 예로들며 과연 무게가 실리겠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국회 정무위는 경고서한을 보냈을 뿐 개별 의원들은 크게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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