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감청과 금융계좌 추적 등 국가기관에 의한 개인감시 실태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회의원들과 해당기관은 합법이냐 불법이냐, 적정하냐 마구잡이냐를 놓고 논란하지만 국민 입장에선 그저 놀랍고 불안하다. 「감청 10만건, 계좌추적 14만건」 등으로 공개되는 감시 추적대상에 범죄나 비리를 저지른 이들만 포함됐다고 믿기엔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이다.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계좌추적이 불과 2년 사이 2배로 늘었다는 사실은 막연한 불안심리를 한층 부추긴다. 여기에 법원의 허가영장에 근거한 수사기관의 계좌추적은 전체의 10% 정도이고, 나머지는 국세청·관세청·금융감독원·선관위·공직자윤리위 등 다른 기관의 영장없는 계좌 추적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심각하게 느껴진다. 이들은 고유기능에 따라 계좌 추적권을 갖고 있지만, 법원의 사전심사가 없다는 점에서 남용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커진다.
정부는 법이 정한 테두리를 넘어 사생활을 침해하는 사례는 결코 없다고 되풀이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노조간부 집전화를 감청하면서 가족·친척의 사사로운 통화까지 엿들어 사생활을 침해한 사례가 공개됐다.
또 노조원들의 업무방해혐의를 수사하면서 법원의 감청허가를 받기위해 법률상 감청이 허용되는 체포감금죄를 수사한다고 영장을 신청하는 관행도 드러났다.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등의 보완도 급하지만 국가기관의 권한남용과 편법동원 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문제는 통신비밀 등 사생활 침해 논란에서 정부와 민간 사이에 인식의 괴리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이다. 이런 상태로는 정부에 대한 신뢰회복은 물론 전자·정보혁명에 따라 개인감시와 정보유출이 일반화하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는데 큰 장애가 될 것이 걱정된다.
국가기관이 아닌 민간에 의한 도청 등 개인감시의 심각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장 정권실세 부인을 상대로한 「보험로비」 의혹에서도 보험 가입정보 유출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네티즌 대상의 설문조사에서도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사생활 침해가 국가 정보화에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지적됐다.
우리 사회도 이미 「감시사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실제와 관계없이 누구나 감시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감시사회의 정형이다. 따라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개별적 유형에 대한 대책을 논할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 전자·정보 혁명과 함께 피할 수 없이 다가온 감시사회에 대한 국가차원의 논의와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