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과 김정일(金正日)총비서간 2차 면담의 영향은 현대측 사업, 남북경협전반, 남북관계 차원 등으로 나눠 가늠할 수 있다.현대측 입장에서 보면 6월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閔泳美)씨 억류사건이후 흔들렸던 금강산 관광 개발사업의 기반이 확실히 다져지게 됐다. 외국인의 금강산관광 허용, 30년간의 관광시설물 독점사용권 보장이 풀리는 것은 물론 평양체육관 건립을 위한 건설자재 육송 등 여타 사업분야도 탄력을 받게 된다.
특히 여의도의 25배에 달하는 2,000만평의 황해도 강령 서해안 공단 및 배후신도시 건설에 대한 김총비서의 동의가 있었다면 현대사업은 질적으로 도약하게 된다. 방북중인 김윤규(金潤圭)㈜현대아산사장이 1일 오후3시께 『김총비서를 만났다. (면담이) 잘됐다』고 알려왔고 북측도 면담이 「따뜻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밝힌 만큼 서해공단의 추진은 순항할 것 같다. 공단조성사업은 막대한 양의 자재와 인력을 필요로 해 만만치 않은 파생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더욱이 서해공단 조성 사업에 대한 승인은 현대라는 1개 그룹에 대한 손짓이라기 보다는 공단에 입주할 수많은 국내기업과의 협력을 의미하게 된다. 공단이 완공되면 상당수의 남한 기업이 북한과 접촉하게 돼 남북경협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에서 본다면 2차 면담은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지속하겠다는 북한 지도부의 정치적 판단으로 볼수 있다. 북측은 앞으로도 남북경협 활성화를 통해 저점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를 끌어올리고 실용주의적 행보를 이어갈 것 같다.
북한 지도부도 이번 면담의 파장을 다각도로 감안했음은 물론이다. 김총비서는 정명예회장을 재차 면담, 세계를 향해 협력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보냈다고 봐야 한다. 베를린회담후 미사일발사를 유보한 북한이 대미관계 정상화를 꾀하는 전후사정을 감안한다면 2차 면담은 한·미·일의 냉전구조 해체 구상에 상당기간 호응하겠다는 신호로도 풀이된다.
물론 북한은 이번 면담을 북·미관계의 진전에도 불구, 남북대화를 외면한다는 비난에 대한 방패막이로 활용할 수 있다. 경협이 순조롭다해도 조만간 남북당국 대화가 재개될 상황이 아니라는 진단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서해공단 건립이 추진될 경우 남한의 선박들이 북방한계선을 넘나들게 돼 가장 뜨거운 남북 현안인 서해의 긴장이 누그러지는 부수효과 등은 기대해볼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서해공단사업이 추진되더라도 넘어야 할 기술적 장애가 만만치 않아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해공단에 외국인 기업을 입주시켜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등의 후속전략이 요구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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