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한국전력, 주택공사, 도로공사 등 20개 공기업 가운데 터무니없이 많은 퇴직금을 주는 「퇴직금 누진제」가 폐지된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공공 개혁의 핵심과제로 삼았던 법정 퇴직금 누진제 폐지가 1년이 다 되도록 실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30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민간기업에 비해 몇배나 많은 퇴직금을 받고 있는 20개 공기업중 대한송유관공사만 지난 5월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 25년 근속시(이하 같은 기준) 퇴직금이 1억6,600만원에서 1억700만원으로 5,900만원 줄었다. 누진제 때는 42.5개월 어치의 퇴직금을 주었으나 이제는 민간기업 수준인 25개월 어치만 지급하기 때문이다.
반면 광업진흥공사(80년 이전 입사자)는 아직도 2억2,500만원의 퇴직금을 주고 있고 농·어촌진흥공사는 약 2억원, 농수산물유통공사는 1억4,000만원, 조폐공사는 1억3,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밖에 주택공사는 1억2,500만원을 주는 등 나머지 공기업들도 여전히 많은 퇴직금을 받고 있다. 민간기업과 비교할 때 이들 공기업의 퇴직금은 아직도 민간기업의 1.7~4.5배나 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퇴직금 산정단위인 기준 급여도 민간기업은 퇴직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인데 비해 공기업들은 기본급과 상여금에다 가족수당 등 여러 수당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설령 같은 개월수의 퇴직금을 받아도 기준급여가 다르기 때문에 공기업 퇴직자의 퇴직금 수령액은 민간보다 훨씬 많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공기업 퇴직금이 민간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 국민원성을 사고 있다며 퇴직금 누진제 폐지방안을 마련했고 올 7월 공기업 구조조정 점검회의에선 누진제를 폐지하지 않는 공기업 기관장을 문책하겠다고 밝혔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퇴직금 누진제 폐지는 단체협약 사항이라 노조의 협조가 없으면 관철시키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올해안에 최대한 많은 공기업이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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