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통행료 징수를 둘러싼 경기 분당지역 주민들과 한국도로공사측의 마찰을 지켜보는 감회는 답답하다. 이번 사태는 길부터 먼저 내야하는 당연한 순서를 무시하고 우선 아파트부터 지어 입주시키고 보는 한국적 도시개발 패턴이 초래한 후유증이다. 도로망 같은 기본 인프라를 잘 갖추고 개발을 시작했다면 이런 분쟁은 없었을 것이다.통행료를 받겠다고 차단기로 길을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동차 보닛에 드러눕고 고객과 멱살잡이를 하는 것도 공기업 직원이 취할 몸가짐이 아니다. 번호를 적어 통행료를 청구하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통행료를 못내겠다는 주민들의 집단행동을 두둔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공사측이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해 일을 그르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말하려는 것이다.
문제가 된 판교톨게이트_ 양재 구간은 양재동에 있던 서울톨게이트가 궁내동으로 이전한 뒤로는 한동안 무료구간이었다. 공사측은 양재_수원간 8차선 확장 이후 분당 신도시 입주를 앞둔 92년 7월부터 통행료를 500원씩 받기 시작해 말썽을 자초했다. 통행료 저항이 격화된 것은 지난 2월 최저요금제 시행으로 통행료가 500원에서 1,000원으로 오르고 부터였는데, 저항을 무시하듯 8월23일부터 또 100원을 올려 주민의 반발을 샀다.
서울 도심지역에 직장이 있는 주민들은 고속도로 통행료 2,200원, 남산터널 통행료(혼잡통행료) 4,000원을 합쳐 서울_강릉 고속도로 요금보다 많은 6,200원씩을 매일 내고 있다. 유료도로 말고 선택할 수 있는 대체도로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분당주민들에게 하루 2,200원은 억울한 부담이다. 그렇다고 고속도로를 무료로 통행시키는 것도 형평의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이므로 적정액으로 요금을 할인해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최저요금제라는 것이 모든 경우에 꼭 적용해야 하는 금과옥조가 아닌 이상 조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구간요금으로 환산하면 판교톨게이트-양재구간 9.1㎞는 400원도 못된다고 한다. 매일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단골고객에게 30-40% 정도 할인혜택을 준다는 발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구리·남양주 지역 주민들도 강동대교와 토평에서 통행료를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30일부터 폐지운동을 시작했다. 대구 울산 광주 등 전국 10여곳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로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도로공사에만 문제를 맡겨둘 것이 아니라, 「선개발 후정비」정책으로 인한 분쟁의 원천적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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